지난해 11월 밤 12시 이후 심야 시간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게임 셧다운제가 시행됐다. 제도 시행 1년을 맞은 지금, 과연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은 줄었을까. 청소년은 게임을 줄이고 `바람직한` 활동을 더 많이 했을까.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와 마케팅인사이트가 게임 셧다운제 시행 1년을 맞아 전국 중학생과 학부모 등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게임 이용 형태 조사 결과 청소년의 게임 이용 형태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야 시간 게임 이용자 비율은 그대로였고 게임 이용은 도리어 늘었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청소년의 온라인 생활 양태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도 확인됐다. 실효성 없는 규제로 이용자 권리를 침해하고 사업자의 발목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했다. 당초 기대했던 정책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셧다운 1년, 변한 건 없다
조사에 따르면, 중학생 중 주로 밤 12시 이후 게임을 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2.5%였다. 1년 전 주요 게임 이용 시간대를 묻는 질문에 `밤 12시 이후`라고 응답한 사람도 2.5%였다.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명분으로 시행된 셧다운제가 사실상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여성가족부 자체 조사와도 일맥상통한다.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여성가족부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밤 12시 이후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 비중은 불과 0.3%포인트 줄었다.
셧다운제 이전에도 심야 시간에 게임을 하는 청소년 비중은 미미했고 시행 이후에도 변화가 없는 셈이다. 온라인게임 셧다운을 규정한 청소년보호법이 현실을 외면한 `규제를 위한 규제`였다는 비판을 듣는 이유다.
◇게임은 청소년 여가의 대세
같은 기간, 청소년 게임 이용은 도리어 늘었다. 중학생 게임 이용 빈도는 지난해 월 평균 19.48회에서 올해 23.63회로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해 `게임 이용 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이 38.5%, `비슷하다`는 응답이 36.5%였다.
PC 온라인게임 평균 이용 횟수는 주 4.02회에서 3.61회로 줄었지만, 이용 시간은 234분에서 255.71분으로 10% 가까이 늘었다. 스마트폰의 확산도 게임 이용에 영향을 미쳤다. 하루 평균 스마트폰 게임 이용 횟수 및 시간은 작년 2.54회 71.05분에서 올해 5.06회 95.21분으로 늘었다.
반면에 TV와 만화책, 독서 등 전통적 여가 활동 빈도는 줄었다. 청소년 여가에서 게임 비중이 점점 커지는 추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음악·TV 등 여가 활동 전반에도 변화가 일었다. 게임에만 초점을 맞춘 규제 정책이 이미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를 접하는 청소년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조광현 ETRC 센터장은 “셧다운제의 실효성 의문은 시행 초기부터 나왔다”며 “이번 조사는 청소년 게임 이용량이나 시간대가 셧다운제 시행 전후로 큰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