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슈퍼컴 `천둥`, 처음으로 세계 슈퍼컴퓨터 톱 500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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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으로 개발한 슈퍼컴퓨터가 세계 276위를 차지했다. 500위 안 진입은 처음이다. 구축비용과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독자기술 기반 슈퍼컴퓨터 상용화의 첫 단계를 드디어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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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는 이재진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슈퍼컴퓨터 `천둥`이 12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개최된 `2012 슈퍼컴퓨팅 학술대회(SC)`에서 뽑는 세계 500위권 슈퍼컴퓨터 가운데 276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슈퍼컴퓨터 `톱 500`에 포함된 슈퍼컴퓨터는 기상청의 해온·해담(77위·78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타키온 II(89위) 등 총 넉 대다. 국내 연구진이 독자적인 기술로 제작에 성공한 슈퍼컴퓨터는 `천둥`뿐이다. 해온·해담을 미국 크레이리서치사로부터, 타키온 II는 미국 선사(현 오라클)에서 수입했다.

최근 대부분의 슈퍼컴퓨터는 여러 대의 컴퓨터(노드)를 빠른 속도의 네트워크로 연결한 클러스터 구조로 만든다. 천둥은 각 노드에 네 개의 그래픽 처리장치(GPU)를 장착해 최적화 소프트웨어(SW)로 GPU를 일반적인 계산에 사용해 많은 양의 계산을 한꺼번에 처리한다. 천둥의 노드 당 계산 속도는 1.907테라플롭스로 톱 500에 올라간 클러스터 구조 슈퍼컴퓨터 중 두 번째로 빠르다. 1테라플롭스는 초당 1조번의 실수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슈퍼컴퓨터에 비해 적은 수의 노드를 사용해 같은 성능을 내 구축비용을 절반 이하로 절감한다. 이재진 교수는 “전체 계산 속도가 106.8테라플롭스인 천둥의 노드 규모를 세 배 키우면 해담·해온이나 타키온 II와 같은 수준을 달성할 수 있다”면서 “구축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둥의 다른 장점은 전력 효율을 높였다는 것이다. 노드당 높아진 성능은 전력 효율로 이어지는데 천둥의 전력 효율은 와트당 1870.1메가플롭스로 슈퍼컴퓨터의 전력 효율에 따른 순위를 매긴 `그린 500 리스트(6월)`에서 세계 21위에 해당하는 수준에 올랐다. 이 교수는 “기존 슈퍼컴퓨터의 전력 효율보다 8배 이상 높였다”며 “14일 새로 발표되는 그린 500 리스트에도 상위권에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 기술로 만든 슈퍼컴퓨터가 미국·일본·중국 등에서 개발한 슈퍼컴퓨터에 비해 아직까지 미흡하다. 이 교수는 “리스트 1위인 슈퍼컴퓨터 전체 처리속도는 1만7000테라플롭스로 약 170배 이상의 속도차가 난다”며 “후속 연구를 기반으로 이 간격을 계속 줄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천둥의 설계를 바탕으로 국산 고성능 슈퍼컴퓨터 클러스터 시스템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