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화재진압 집배원

2008년 2월 10일은 누구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일 것이다. 이날 숭례문은 방화로 인해 불에 타 석축을 제외한 건물이 모두 붕괴됐다. 화재가 TV에서 생중계 되면서 온 국민이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 당시 화재로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사퇴하고 2월 10일은 `문화재 방재의 날`로 지정됐다. 2005년에는 낙산사가 불에 탔으며, 최근에는 내장사 대웅전이 화재로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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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만 다가오면 문화재 보호에 비상이 걸리는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전국의 문화재 가운데에는 아직 기본적인 방재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아 보다 체계적인 방재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이처럼 문화재가 화재에 노출된 가운데 우편물을 배달하던 시골 집배원이 문화재를 화마로부터 지켜냈다. 우정사업본부 전남지방우정청에 따르면 박정남 집배원(54·장흥우체국)은 지난 5일 오전 장흥군 관산읍 방촌리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다 전라남도 민속자료 제7호인 위성탁 가옥 옆 주택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는 것을 발견하고 신속하게 진화했다. 불길을 발견한 박 집배원은 주택 안에 비치된 소화기로 초기에 불길을 잡았다고 한다. 덕분에 소방차량은 바로 옆의 고택으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방촌리에는 민속자료 위성탁 가옥 외에도 위계환 가옥, 위성룡 가옥 등 귀중한 문화재들이 있다.

박 집배원은 “골목길을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검은 연기와 큰 불길이 번지고 있어 민속자료인 고택에 불이 옮겨 붙을 것을 우려해 소화기를 찾아 진화했다”면서 “평소 소방안전교육에서 소화기 사용법을 배워둔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와 전남지방우정청에는 박 집배원의 신속한 조치가 알려지면서 격려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주민의 이웃인 집배원의 화재 진압이 알려지면서 칭찬과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집배원들이 주민의 이웃으로서 항상 헌신과 봉사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진소방서는 화재로부터 귀중한 문화재를 지킨 박 집배원에게 감사패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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