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다이오드(LED) 시장 주도권을 둘러싸고 지난 수년간 국내외 기업 간 진행돼오던 특허 소송전이 최근 화해 무드로 돌아서고 있다. 경기 침체에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탓도 있지만 차세대 조명 시장을 겨냥한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 떨어진 결과란 분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근래 국내 LED 업체들이 해외 주요 기업과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일진LED(대표 안기훈)는 최근 일본 도요타고세이와 LED칩 특허를 상호 공유하는 계약을 맺었다. 도요타고세이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LED 특허 원천기술 업체다. 이 회사가 만드는 실리케이트는 일본 니치아의 `야그(YAG)`, 독일 오스람 `타그(TAG)`와 더불어 세계 3대 형광체로 꼽힌다.
삼성과 LG는 앞서 오스람과 손을 잡았다. 양사는 각각 지난 8월과 10월 오스람과 잇단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했다. 또 다른 국내 LED 업체인 루멘스는 지난 6월 오스람과 특허 사용 계약을 맺고 오스람 백색 LED 특허 95건을 도입키로 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 같은 제휴 움직임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6월 오스람이 특허 소송을 제기하자 삼성·LG 역시 소송으로 맞불을 놓은 게 대표적이다. 양측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서로의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사까지 소송에 끌어 들이며 극한 대립을 불사했다.
날선 공방을 최근 마무리 지은 건 지루한 소송으로 승패를 가리기보다는 시장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게 낫다는 계산이 깔렸다. 세계 LED 시장의 중심축은 조명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그간 성장을 이끈 LCD 백라이트유닛(BLU) 수요가 곧 포화를 맞게 되는 반면 조명은 이제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LED 시장 중 22%를 차지하던 LCD 백라이트유닛(BLU) 시장 비중은 2016년 3%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반해 조명 시장 비중은 같은 기간 56%에서 86%로 급증이 예상된다. LED 업체 관계자는 “특허 이슈가 발생할 경우 각자 영업에 심각한 제약을 준다”면서 “최근 화해 무드는 더 큰 실익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반도체는 니치아와의 긴 소송으로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기술력은 널리 알렸지만 3년간 이어진 법적 공방에만 5000만달러 이상을 써야 했다.
싸움을 제기한 쪽에서도 마찬가지다. 커지는 시장에서 소송은 발목을 잡는다. 그나마 서울반도체, 삼성, LG, 일진이 해외 유수의 기업과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을 수 있었던 건 자본과 기술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가능했다는 평가다. 배훈 디스플레이뱅크 수석연구원은 “니치아, 크리, 도요타고세이, 필립스, 오스람은 세계 5대 LED 원천 기술 업체로 꼽힌다”며 “본격적인 조명 사업 확대를 염두에 두고 실익을 위해 상호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LED조명은 유망 분야다. 지난해 65억달러에서 2016년 416억달러로 연평균 45%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주요 LED 기업 간 크로스 라이선스 사례
자료:업계 종합
제품별 LED 시장 전망(단위:십억달러)
자료:맥킨지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