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끈한 바람` 같은 스포츠 쿠페, `폴크스바겐 시로코R`

마니아들이 고대해온 고성능 스포츠 쿠페, 폴크스바겐 `시로코R`가 국내에 상륙했다. 한발 앞서 출시됐던 `시로코R 라인`은 효과적인 예고편, 괜찮은 바람잡이였다. 폴크스바겐 시로코는 `해치백의 교과서`로 불리며 명차 반열에 오른 `골프`의 쿠페스타일 형제 차로 꼽힌다. 그 시로코를 스포티한 장식들로 꾸민 `R라인` 버전은 시로코R의 강렬한 이미지만을 흉내 낸 모사품이기도 했다. 진짜배기는 바로 이 시로코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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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코(Scirocco)`라는 이름은 사막에서 불어오는 뜨겁고 건조한 바람에서 따온 것이다. 시로코 중 성능 면에서 정점에 서있는 시로코R은 그 바람이 얼마나 화끈한 지를 보여주는 모델이다.

`R`는 폴크스바겐의 모터스포츠와 제품 성능 업그레이드를 맡고 있는 자회사 `폴크스바겐 R`의 손길이 닿았음을 뜻한다. 시로코R은 시로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내구 레이스용 경주용차를 빼닮았다. 일반 시로코에도 골프 GTI와 같은 210마력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의 2.0 TSI 모델이 있긴 하지만, 모터스포츠의 후광을 뒤에 업은 시로코R는 그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265마력의 최고 출력을 발휘한다. 기존 170마력짜리 2.0리터 디젤 엔진의 시로코 R라인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출력 뿐 아니라 소리도 많이 다르다. 시로코 R라인은 예쁘고 잘 달리는 차지만, 디젤 엔진의 밋밋한 사운드가 불만이었다. 시로코R는 가솔린 엔진의 출력을 쥐어짜는데다, 사운드 제너레이터라는 별도의 장치로 음향효과까지 갖췄다. 차 외부로 들리는 소음은 절제하면서도 실내에 울려 퍼지는 엔진 소리를 자극적으로 만들어 주행을 즐기기 위한 차로서의 요건을 더한 것이다. 사실 이 차의 최고출력은 같은 형식의 엔진을 쓴 쏘나타 터보(271마력)보다 낮다. 하지만 일단 시로코R를 접하고 나면 쏘나타를 타면 하품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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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코R의 외관은 일반 시로코 뿐 아니라 R라인과도 차별화돼 있다. 그 차이는 크지 않지만 요목조목 따져보면 시로코R가 더 잘 달리게 생겼다. 도어를 열면 우선 시트에 압도된다. 경주용차의 것을 떼다 달아놓은 것처럼 과격한 형상이고 몸도 잘 잡아주지만, 기대만큼 낮지 않은 것이 불만이다. 외관에서 눈길을 끌었던 유광 검정과 파란색의 조합은 실내에도 이어져 있고, 곳곳에서 R마크를 발견할 수 있다.

시동을 걸면 소리가 굵고 공회전수가 높다. 까다로운 성품을 내비치는 듯하다. 하지만 `론치 컨트롤` 기능을 이용하면 별다른 운전기술이 없이도 이 차가 가진 최대한의 출발가속 성능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첨단 DSG변속기를 장비한 덕분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5.8초에 불과하다. 날카로운 자극은 부족한 편이지만 가속페달을 밟는 족족 내지르는 엔진은 후끈하고 통쾌하다.

그러다가도, 천천히 달리고자 할 때에는 별다른 툴툴거림 없이 부드럽게 주행한다. 19인치 휠과 타이어를 끼웠지만, 서스펜션은 어지간한 요철에서도 부담스럽지 않다. 지나치게 단단한 느낌이 아니라서 금세 적응하게 된다. 연속으로 심하게 굽어진 길을 신음 소리나 쏠림의 기미 없이 냉정하게 통과해내는 차 치고는 유연성이 좋다.

시승 구간이 다르긴 했지만 시로코R의 시승 연비는 시로코 R라인 때의 절반을 기록했다. 공인연비는 시로코R가 11.2㎞/L, 시로코 R라인은 15.4㎞/L. 가격은 시로코 R가 750만원 비싼 4,820만원이다. 이것저것 따져보면 예고편도 본편 못지않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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