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IP) 중심의 기술 획득 전략이 필요하다.` 2010년 R&D특허센터 설립 취지다. 지금은 삼성·애플 특허전으로 IP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당시만 해도 다소 생소했다. 이런 전략을 펼치자며 센터 설립을 주도한 인물이 박종효 R&D특허센터 소장이다. 전략을 구체화한 것이 IP·연구개발(R&D) 연계 사업이다. 기업 R&D현장에 특허전략전문가를 파견해 R&D 단계별 맞춤형 IP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박 소장은 “2009년 시범사업을 포함 4년 동안 500여 중소·중견기업의 IP전략 수립을 지원했다”며 “IP를 기초로 R&D 성과물을 극대화하고 이를 국가기술 경쟁력 제고와 미래 지식재산 강국 선도를 주도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했다.
효과도 상당하다. 센터 분석 결과, 4년간 8000억원이 넘는 경제적 가치와 1000여명 고용을 창출했다. R&D기간을 단축했고 비용도 크게 줄였다. 그 결과로 기술료 수입은 늘고 수입대체 효과도 상당했다.
박 소장은 기업 인식전환도 상당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기존에는 연구개발을 먼저하고 그 결과를 특허화했습니다. 이는 창출한 특허가 기업 비즈니스 전략을 뒷받침하는 경영자원으로서 활용하는 데 한계로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IP R&D사업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한 특허포트폴리오를 설계한 후 R&D를 수행하면, 창출한 특허 효용가치는 크게 올라갑니다. R&D 혁신의 기틀을 마련하게 됩니다.”
박 소장은 기업 대부분이 특허 전략과 비즈니스 전략을 따로 본다며 이는 기술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할 때 연계된 특허전략을 미리 염두에 두고 수행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박 소장은 “삼성과 애플 특허전쟁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기업 사활과 지속경영을 좌우할 무기가 `지식재산`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디스플레이 소재업체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 선진기업의 특허 선점으로 후발주자의 사업 진출이 어려운 레드오션 분야였다. 하지만 IP-R&D방법론으로 기존 특허를 피한 신규 물질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고, 결국 시장에도 진입했다. 센터는 3년여 경험을 바탕으로 IP-R&D사업 효과가 크다고 보고 이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박 소장이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연구회를 조직하고 매달 과제별 발표와 토론으로 사업의 품질제고에 나선다. 민간업체, 특허정보분석기관과의 교류로 방법론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소장은 1987년부터 특허 업무에서 손을 놓은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이 분야에 애착이 많고 전문성이 뛰어나다. 특허청에서는 심사·심판·심사정책·품질관리·전산관리 등 IP 전반에 걸친 다양한 영역을 두루 경험했다.
박 소장은 IP 분야가 많이 발전했지만, 앞으로도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확신했다. “1980년대만 해도 특허가 무엇인지조차 몰랐습니다. 국가적으로도 지식재산행정, 사회적 인프라, 국제적 인지도 등 무엇 하나 내세울 것이 없었습니다. 올해 세계 특허 4강 대열에 올랐다는 것은 대단한 발전입니다.”
그는 이어 “우리는 20세기 산업화 사회를 지나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 살고 있다”며 “1960~1970년대 노동력이 주도하고 1980~2000년대는 자본이 산업을 주도했다면 앞으로는 IP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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