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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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로 골퍼 최경주가 쓴 `코리안 탱크, 최경주`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가 골프를 하게 된 동기와 미국 프로골퍼연맹(PGA) 투어 생활이 흥미롭게 묘사돼 있다. 가장 가슴에 와 닿은 말은 `한 시간 빨리, 한 시간 늦게`였다. 재능보다 땀을 믿는 그는 최고 골퍼가 되는 길은 오직 연습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습생 시절이나 PGA 투어를 뛸 때 가장 열심히 연습하는 사람보다 한 시간 빨리 도착해 연습했다. 또 가장 늦게 연습하는 사람보다 한 시간 더 연습했다. 이런 땀방울은 한국인 최초 PGA 8승이라는 업적을 낳았다. 훈련이라는 철저한 준비로 그는 세계 최고 골프 무대에서 정상급 선수가 된 것이다.

지난주 나로호 발사가 안타깝게 연기됐다. 나로호는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다. 우주 강국으로 가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그런데 지름 2㎝ 고무 링 때문에 발사가 연기됐다. 일러야 다음 달 중순께나 발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나로호 발사 연기는 철저한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가르쳐준다.

지난 19일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인천시가 유치한 것도 철저한 준비가 가져다 준 선물이다. 송도가 독일과 스위스를 제치고 승리하자 일부 외신은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고 평했다.

국제기구 유치 경험이 많은 스위스와 독일은 골리앗이 맞다. 스위스는 국제노동기구(ILO),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본부급 국제기구를 250개나 둔 제네바를 앞세워 우리를 압박했다. 독일 역시 40년간 임시 수도로 사용한 본을 내세우며 강대국 외교를 펼쳤다.

하지만 결국 `다윗 송도`가 이겼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비결은 뭘까. 철저한 준비 덕분이다. 성경에 나오는 BC 900년대 인물 다윗은 당시 전쟁을 전혀 해보지 않은 소년 목동이었다. 키는 150∼160㎝로 추정된다. 반면에 골리앗은 백전노장의 적장이었다. 키가 9척(약 270㎝)이나 된다. 이런 거구를 다윗은 돌팔매로 쓰러트렸다. 당시 다윗은 돌팔매 달인이었다. 맹수들이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들어 양을 위협하다 보니 그는 돌팔매 도사가 됐다. `준비된 돌팔매 달인`은 위기 상황에서 9척 거구를 한 방에 날려버렸다.

인천시도 중앙정부와 하나가 돼 GCF 유치를 철저히 준비했다. 송영길 인천 시장이 대표적이다. 송 시장은 이사국 대표를 만나기 전 그가 쓴 저서 내용이나 주요 활동을 먼저 암기하는 준비성을 보였다. 자신이 쓴 책 내용을 말하는 시장을 보고 깜짝 놀란 이사국 대표는 송도 편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인천시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 당장 다음 달 말 열리는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이번 유치건을 승인 받아야 한다. 막대한 기금이 원활히 모이도록 외교력도 펼쳐야 한다. 철저한 준비는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 인천시가 중앙정부와 힘을 합쳐 제대로 된 GCF 청사진을 만들고 이를 실행할 때 송도는 뉴욕과 제네바 못지않은 국제도시로 성장할 것이다.


방은주 경인취재 부장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