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특허전쟁`이라 할 만하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을 넘어섰다는 기사를 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걱정되는 것이 있다. 미국에서 삼성이 애플에 지급해야 할 배상금이 1조200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더구나 아이폰5와 갤럭시3로 확대되고 있는 2차 특허전과 유럽 각국의 재판 결과도 지켜봐야 한다. 특허 소송에 휘말리면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된다. 돈도 돈이지만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한다. 갈수록 거세지는 외국 특허 공세를 `괴물`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대학에서는 해마다 1만건 이상의 특허를 내놓고 있지만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에서 개발한 특허를 기업에서 사업화하기 쉽지 않아서다. 어쩌다 괜찮은 기술을 찾아내도 국내 특허출원에 그친다. 해외에 특허를 낼 수 없거나 낼 만하지 않은 것이 적지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대학 특허의 양적 지표는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 많은 특허 가운데 옥석을 찾아내는 안목을 가진 사람이 부족하고, 한 국가에 1000만원 하는 해외 특허출원 비용을 부담하는 것도 대학 재정으로는 만만치 않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국내 특허와 해외 특허를 동시에 출원하는 비중이 10%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 개발한 대학의 국가연구개발 사업 성과물이 국내 특허출원에 그치니 심각한 문제다.
해결책은 뭘까. 대학과 기업이 특허 사업화에 협력한다면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알면서도 서로 부족함만 탓하는 것은 아닐까. 대학이 특허 관리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를 기업이 해결해준다면 대학 특허는 빛을 발할 수 있다. 사업성이 높은 기술을 찾아 해외 출원을 추진한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외국의 특허괴물 공세를 막을 수 있다. 전제는 대학과 기업의 산학협력이다. 특허 전략에 취약한 중소기업이 특정 대학 연구실과 포괄적 산학협력으로 특정 기술 공동연구, 지식재산권(IP) 공유, 기술이전 등을 추진한다면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외국의 특허 공세에 수세적으로 방어만 할 게 아니라 적극 공세를 취할 수도 있다.
대학은 출원한 특허 기술을 누구보다 먼저 기업에 공개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학의 특허출원이 끝나면 1년 6개월 동안 비공개 기간이 있고, 그 사이에 해외 출원을 진행할 수 있는 우선권(1년)은 소멸된다. 따라서 대학과 기업의 협력은 신속해야 한다. 적어도 1년 안에 기업이 대학에서 출원한 국내 특허를 자사의 사업 성격에 맞게 수정하거나 개량 특허를 내면 문제가 없지만,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면 협력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비공개 기간 동안 자기 특허를 스스로 공개하면 특허의 진보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래서 특허출원자 대부분은 법에 보장된 1년 6개월을 추가 연구개발로 사업화를 모색하고 개량 특허를 출원하는 등 권리를 확대하는 기간으로 활용한다. 대학도 이 비공개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본격적인 기술마케팅을 벌인다.
이달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3일 동안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산학연협력 EXPO`에서는 테크노페어가 화려하게 문을 연다. 이 행사에서는 50여개 대학과 8개 출연연구소가 개발한 8000여건의 미공개 특허기술이 공개된다. 180여건의 `올해의 발명` 기술과 40여개 `스타 연구실`이 전시된다. 분야별로 인정받는 우수 기술 설명회와 상담회도 같이 열린다. 이번 행사가 외국의 특허 공세를 극복하고 기술 국가로 한 단계 위상을 높이며 기업과 대학의 상생 협력 해법을 찾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종태 한국대학기술이전협회장·동국대 교수 jtrhee@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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