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PL 추진전략 세미나]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키워드-2

[패널 토론]

◆참석자(가나다 순)

곽만기 현대오트론 개발프로세스지원팀장

김수옥 LG전자 SW역량개발센터장

김채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융합기술연구부문 소장

문병철 지식경제부 SW진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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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센터에서 열린 `SSPL 추진전략과 진흥정책`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글로벌 SW역량확보를 위한 SW정책과 SSPL 전략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이단형 한국SW기술진흥협회장

사회=서동규 전자신문 비즈니스IT부 차장

◇사회(서동규 전자신문 차장)=유럽에서는 일찍부터 도입해 적용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SSPL 인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SSPL의 국내외 현황과 수준 차이는 어떠한가.

◇이단형 한국SW기술진흥협회장=유럽연합(EU)은 1989년 `SW팩토리`라는 개념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해 23년 동안 추진해오고 있다. 2014년부터 SSPL을 포함하는 8년 계획의 ITEA(IT for European Advancement) 프로그램이 시작되니 전체 기간은 33년이 되는 셈이다. EU는 국가 차원에서 SSPL을 주도했고 실질적 프로젝트는 민간 기업이 추진했다.

우리는 포항공대 등 일부 대학에서 SSPL의 부분적 원칙 기술 개발을 시도했지만 대규모로 시도한 적은 없다. 결국 EU와는 23년만큼 차이가 나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적응력도 빠르고 뭐든지 적극성을 가지고 추진하기 때문에 10년만 집중 투자하면 상당 부분 따라잡을 가능성이 있다. 몇몇 분야에서는 오히려 외국을 앞지를 수도 있다.

◇사회=산업계에서는 우리나라 SSPL 수준을 어떻게 보고 있나.

◇김수옥 LG전자 SW역량개발센터장=LG전자의 상황에 비춰보면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상당 부분 체계적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LG전자는 7년 전부터 향후 3년 내 어떤 물건을 내놓겠다는 계획인 `Y+3`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SW 측면에서는 이런 세부적 계획이나 방법론이 없다.

모바일 핸드세트 등은 차기 제품을 계획할 수 있지만 스마트TV는 3년 후를 내다보기가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모바일 핸드세트에서 획득한 역량을 스마트TV로, 하드웨어에서 얻은 역량을 SW에 접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SSPL이 도입돼야 한다.

◇사회=LG전자는 왜 SSPL을 연구하게 됐나.

◇김수옥=전자제품 산업에서는 `스마트`가 화두다. 모든 제조사가 스마트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스마트 제품을 시장 요구에 맞춰 적절한 시기에 내놓으려면 기기의 종류에 상관 없이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SW 플랫폼이 필요하다. 즉 공통 모듈을 미리 개발하고 고객 요구에 따라 변동 모듈을 개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어 SSPL을 연구하게 됐다.

◇사회=새로운 개념을 무턱대고 도입할 수는 없다. 성공적 도입을 위한 조건과 필수 요소는 무엇인가.

◇김수옥=아직 국내에서 어떤 기업도 도입했거나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구체적 조건을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역량성숙도모델통합(CMMI) 레벨3 정도 수준은 유지해야 한다. 이미 CMMI 레벨3을 획득한 기업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런 역량이 없는 곳이 많다.

그리고 세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우선 현재 자사의 SW 개발 역량과 세계 시장과의 격차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지피지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자사의 수준을 파악하더라도 이를 잘 해낼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개발자는 자기 제품에만 관심이 있게 마련이다. 이를 탈피해 구성원 전체가 `프로덕트 라인`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일상 업무에 녹아들도록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용 영역과 맞춤 영역을 분리해 이를 담당하는 별도 조직을 만들고 명확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LG전자도 조직은 갖췄지만 조직 간 업무 이관 등 어려운 점이 많다.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곽만기 현대오트론 개발프로세스지원팀장=개발자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면 거부감부터 느낀다. 생산성을 높이고자 도입하는 데 오히려 생산성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이로 인해 과연 품질이 중요한가, 생산성이 중요한가로 고민하기도 한다.

SSPL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본 프로세스를 수립해야 한다. 이 프로세스를 적용하려는 마인드를 가진 조직을 구성하고 사내 각 조직에서 만든 개발 산출물을 자산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SSPL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인력을 먼저 양성해야 한다.

◇사회=프로세스나 조직, 인력 외적인 측면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곽만기=현장에서 느낀 바로는 반드시 표준화된 툴이 필요하다. 도구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장애 요인을 줄이는 데 주요한 보조 수단이 될 수 있다. 자동화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시일 내에 성공 사례가 나와야만 SSPL 도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사회=SSPL 도입을 위해 사회 전반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이단형=막 시작하는 단계라 해야 할 일과 도전사항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도전사항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희망적 측면은 우리나라가 SSPL의 근간인 영역지식(domain knowledge)에 상당히 강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시작으로 현 시스템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분야부터 SSPL로 전환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 체력이 중요하다. 유럽에서 SSPL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SW 공학의 기초체력이 강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든 SW 공학 역량을 한꺼번에 갖출 수는 없지만 필수적인 것부터 보강해야 한다. 최고경영자(CEO)의 인식 전환도 SSPL 도입을 위한 선결 과제다.

어느 기업도 투자 후 10년을 기다리지는 못한다. 따라서 10년 계획을 세우더라도 매년 소기의 가시적 성과가 나오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김채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융합기술연구부문 소장=이단형 회장의 말에 동감한다. 기초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SW 공학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초역량 강화와 SSPL 도입이 하나의 과정으로 연계돼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당장 내년에라도 SSPL 도입을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돼야 한다. 사람들이 쉽게 도입하고 적용하려면 무상으로 툴을 제공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연구소가 만들고 기업에 무상 공급해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사회=향후 국내 SSPL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이단형=지금 SW개발 프로젝트 평균 성공률은 34% 수준이다. 23년 전에는 이보다 더 낮았을 텐데 EU는 과감하게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그런데 SW개발 프로젝트 성공률의 나머지 66%는 아직도 기회의 땅으로 볼 수 있다. 즉 우리가 SSPL로 충분히 SW개발 성공률을 끌어올리고 선진국보다 앞서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SSPL은 해외와 마찬가지로 영역에 특화된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자동차 영역이 대표적이다. 유럽은 SSPL을 위한 표준 플랫폼 `오토사(AUTOSAR)`를 중심으로 자동차 전 기능 부품의 표준화를 추진했다. 다른 산업군으로 이런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방향으로 SSPL이 발전될 것이다.

SSPL은 상당히 발전돼 있지만 자동화 부문은 아직도 개발이 덜 된 영역이다. 우리가 역량을 집중한다면 자동화 부문에서는 얼마든지 선두로 나갈 수 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자동화와 함께 중요한 영역인 표준화에서 우리나라가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4년 전 표준화기구인 ISO·IEC로부터 SSPL 세계 표준화 프로젝트매니저(PM) 자리를 승인받았다. 이 분야에서는 해외 시장을 앞서나갈 수 있는 요건이 갖추어진 셈이다.

◇사회=정부의 역할과 전략은 무엇인가.

◇문병철 지식경제부 SW진흥과장=처음에는 SSPL을 단순히 SW 품질제고를 위한 방법론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이제 인식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SW는 산업 간 융합과 산업경쟁력의 핵심이다.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으로 SW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SSPL을 바라봐야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이른 시일 내에 성공사례가 나와야만 정부가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SSPL 도입·확산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우선 법과 제도 등 혁신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일이다. 업계 CEO도 인식 전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해외 선진국과 교류하고 기술을 도입하는 일도 정부의 역할이다. 여러 패널들이 강조했듯이 인력 양성책도 마련해야 한다. 표준화와 활용 방안 수립도 정부의 몫이다.

성공사례가 나오고 사회적 합의만 이뤄진다면 정부에서도 충분히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다. 과거 다양한 산업 육성정책을 수립할 때도 그렇게 해왔다.

◇사회=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SSPL이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패러다임이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것 같다.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합쳐 지금보다 체계적인 SSPL 도입 전략이 마련되기 바란다.


정리=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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