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트 롬니 미 대통령 후보는 지난 3일 열린 토론회에서 “나는 세서미스트리트에 나오는 빅버드를 좋아하지만 균형 예산을 위해 공영방송 PBS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PBS는 유아 프로그램 세서미스트리트를 방영 중이다. 경쟁자인 오바마 진영은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마자 텀블러에 빅버드 사진을 게재하고 `이 친구를 잘라라`라고 희화화했다. 이어 7만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해당 사진을 노트(자신의 텀블러로 가져가는 것)하며 `롬니가 월스트리트 대신 세서미스트리트와 전쟁하고 있다`고 비웃었다.
#. 유명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지난 9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롬니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면서 연단 옆에 빈 의자를 가져다 뒀다. 마치 오바마 대통령이 앉아있는 듯 말을 걸면서 그의 국정운영 능력을 비판했다. 연설 직후 `투명인간 오바마(invisible obama)` 트위터 계정이 개설됐다. 45분 만에 2만명의 추종자가 생겼고 1만 번이 넘게 회자됐다. 다음날 오바마 진영은 트위터에 이스트우드 연설 사진을 올리며 `자, 의자에 앉았습니다(This Seat`s Taken)`라고 풍자에 동참했다.
지난 2008년 치러진 미국 대선이 소셜미디어를 통한 대선 캠페인의 입문 단계였다면 올해는 실전을 넘어 응용편으로 접어들었다. 딱딱하고 일방향적인 정치 선전 도구 역할이나 온라인 후원금을 모으는 역할에 머물렀던 소셜미디어가 `인터넷을 통한 정치 선전에 집착하지 않는(non-Internet-obsessed)` 양상을 띠는 것이다.
11일 뉴욕타임스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선 오바마와 롬니 후보의 소셜미디어 선거운동이 날이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진영은 소셜미디어에 사진이나 비디오 등 감각적인 콘텐츠를 게재해 후보의 인간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한편, 상대방의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풍자와 해학이 담긴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화제를 모아가고 있다.
일례로 오바마 진영은 얼마전 SNS 음원서비스 스푸티파이를 통해 자주 듣는 노래를 공유했다. 이에 앤 롬니는 호박파이 레시피와 가족사진을 각각 핀터레스트와 인스타그램에 게재해 롬니의 인간적 측면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이 “예전에 비해 확실히 새로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롬니 진영의 디지털 총괄 자카리 모팻은 “온라인으로 사람들에게 많이 말을 걸수록 이길 확률은 더 커진다”고 120명 스태프들과 자원봉사자에게 말한 바 있다. 사람들이 롬니와 소셜매체를 통해 교감할수록 선거에서 이길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아담 패쳐 오바마 언론 보좌관은 “이 방법은 믿을만한 양방향 소통”이라며 “소셜미디어는 민주당 근간을 자연스럽게 넓힐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텀블러, 스푸티파이 등 SNS가 여전히 온라인 선전의 중요한 도구지만 표심을 좌지우지할 만큼 핵심적이진 않다는 점이다. 오바마 진영이 스티비 원더 음악을 스푸티파이 플레이 리스트에 올려놓고 롬니가 조니 캐시 노래를 즐겨 듣는다는 사실이 생각만큼 중요하진 않다는 얘기다.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게시물 중에서도 표를 유도할 수 있는 `한 방`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코이 케시어 UC버클리 교수는 “이런 노력을 수치화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며 “하지만 정치적인 성향이 다를지라도 자신과 비슷한 취향(taste)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관심이 가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권자에게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기 좋은 도구”라고 덧붙였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