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에 위치한 딜리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동두천역 인근 산업단지 내에서도 가장 깨끗하게 정리된 딜리의 전경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정도다. 회사 본관에 들어서자 최근수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이 연구동과 공장을 먼저 보자며 손을 잡아끈다.
먼저 찾은 곳은 연구동. 십 여 명 직원이 길이가 족히 10m가 넘는 대형 프린터에 매달려 땀을 흘린다. 대형 시트지를 프린터 롤 사이에 끼우는 중이다. 이를 잠시 지켜보던 최 대표는 직접 팔을 걷고 대형 시트지를 끼우는데 참여한다. 잠시 후 프린터 롤이 돌아가자 시트지에는 사진과 같은 선명한 그림이 인쇄돼 나온다. “조만간 있을 해외 전시회에 소개할 제품입니다. 그 동안 조심스럽게 개발해 온 제품인데 오늘 조립해 성능을 확인해본 것입니다.”
연구동에는 프린터 말고도 10여개의 다양한 제품이 늘어서 있다. 그 동안 딜리가 개발했거나 야심차게 개발 중인 모델이다. 딜리는 2000년대 초 UV프린터 개발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디지털 잉크젯 UV프린터를 전문적으로 개발·생산한다. 대부분의 제품은 해외로 수출된다.
UV프린터는 UV(자외선)를 조절해 인쇄하는 장비다. 자외선으로 잉크를 순간 경화시키는 방식이다. 장점은 여러 재료에 인쇄가 가능하다는 것. 시트지는 물론 목재, 알루미늄, 벽지 등에 재료를 가리지 않고 인쇄할 수 있다. 여기에 친환경과 고품질이라는 특성이 더해지면서 산업용 프린터 시장에서 UV프린터 점유율은 증가 추세다.
정밀 산업장비인 UV프린터를 제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UV프린터는 전기전자기술은 물론 기계기술, 공압 기술, 화학기술, 소프트웨어 개발, UV컨트롤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돼 있습니다. 기술이 관건입니다. 이와 관련해 확보한 특허만 22건이며 12건도 출원중입니다.”
이 같은 융합기술을 독자적으로 가지기도 어렵다. 실제로 국내외 여러 업체가 개발을 시도했다 포기한 사례도 많다. 딜리 연구개발은 `오픈 R&D`를 지향한다. 딜리가 매달 결재하는 업체만 53곳 정도인데 이들 업체와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한다. “공동 연구개발은 개발속도를 빠르게 합니다. 독자개발은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산학연 제도도 적극 활용하는데 출연연의 연구 성과나 대학 교수의 논문을 십분 활용합니다.”
직원들 모두에게는 기술교육을 강조한다. 기술이 핵심인 회사에서 기술은 연구소 직원들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공유해야 한다는 게 최 대표의 철학이다. 딜리의 모든 직원은 정부가 진행하는 기술교육 프로그램을 받고 각종 해외전시회 참여도 적극 독려한다.
딜리 연구소는 앞으로 딜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준비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지금은 LCD나 인쇄기 등에 첨단 잉크젯 기술을 적용하는 분야에 연구에 몰두한다. “세계적 학회나 콘퍼런스에 가면 잉크젯의 미래가 보입니다. 예로 잉크젯 기술을 통해 여성들이 사용하는 얼굴팩을 떨리게 할 수 있습니다. 모기바늘 같이 미세한 주사바늘로 극소량의 혈액을 채취, 건강상태를 간단하게 체크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딜리가 준비하고 추구해야 할 새로운 잉크젯 분야입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