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차세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A6`를 독자 설계한 것은 기본적으로 스마트폰 관련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의 협력 관계가 자연스럽게 변하고 미묘한 긴장 기류가 형성됐다. 디자인 및 통신 특허를 놓고 양보 없는 혈전을 벌이는 양 사의 전선도 핵심 부품단으로 옮겨간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2008년 이후 반도체 설계 역량을 쌓기 위한 팹리스 업체 인수 및 인력 보강에 주력해 왔다. 이 같은 전략이 A6 개발 과정에서 극대화됐다. 실제로 애플은 A6 설계의 근간이 되는 ARM 아키텍처를 그대로 이용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최적화해 설계 및 디자인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ARM 아키텍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애플이 A6에 ARM의 어떤 코어를 사용했으며, 어떻게 커스터마이징했는지는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며 “다만 듀얼코어임에도 불구하고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 프로세싱 성능을 두 배 향상했다는 것은 업계 최고 수준의 칩 설계 능력을 확보했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의 AP 생산 협력 관계는 점차 약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AP 설계 능력을 강화한 것은 스마트폰 개발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며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대체 고객 발굴 등 애플의 생산 다변화 전략에 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ST마이크로와 32/28나노급 파운드리 사업 협력을 시작했다. 이외에 퀄컴, 엔비디아 등과의 제휴도 가시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 전쟁이 본격화하기 전에 삼성전자와 애플은 상호 보완적인 협력으로 AP 개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 삼성전자가 쿼드코어 AP인 `엑시노스 4 쿼드`를 개발한 것도 설계-디자인-생산으로 이어지는 일괄 생산 체계를 탄탄하게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
관건은 삼성전자를 대체할 파운드리 업체가 출현할 수 있는지다. 32나노 미세공정을 적용한 최첨단 AP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가 사실상 유일하다는 평가다. 애플로서는 최소한 2년 이상 소요될 장기적인 과제가 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이 기간에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질 수도 있다. 최근 한 달 새 10% 가까이 급등한 낸드플래시 가격이 양 사의 경쟁 판도를 예상할 수 있는 힌트가 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아이폰5 초기 생산 물량에서 삼성의 모바일 D램 및 낸드플래시를 배제했지만, 최근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부품 가격이 상승하고 애플이 궁지에 몰리는 모양새”라며 “애플이 단기간에 삼성전자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