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공세 맞설 1호 펀드 떴다

글로벌 특허괴물(Patent Troll)에 맞설 국내 1호 특허펀드가 출범한다. 1차 특허자산은 국내 통신기기 제조기업 A사가 보유한 50여가지 특허다. 이 펀드는 확보한 특허를 무기로 국내외 무단사용기업에는 특허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4일 KDB한국산업은행은 통신기기 제조업체 A사가 보유한 특허를 매입하고 250억원 규모 특허펀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특허펀드는 KDB한국산업은행을 비롯한 기관투자자가 자금을 투자하고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이 운용을 맡는 `아이디어브릿지 오퍼튜너티 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 1호`다. 기존 특허관련 펀드가 정부 출자 펀드인 것과 달리 이 펀드는 민간차원 첫 펀드다.

1호 펀드가 보유할 특허 자산은 A사가 보유한 미국 등록 특허 16건을 포함한 지식재산권(IP) 56건이다. WCDMA와 CDMA 2000 등 3G 이동통신망 연동지원에 관한 표준특허와 롱텀에벌루션(LTE) 단말기에도 적용된 특허기술이다.

펀드구조는 A사로부터 매입한 IP를 핵심 자산으로 소유하면서 A사에 전용실시권을 줘 일정 수수료(로열티)로 받는 `세일 앤드 라이선스 백` 방식이다. A사로서는 특허를 담보로 자금을 확보하는 구조다. 펀드는 A사에 전용실시권을 부여해 실시료를 받아 안정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아울러 보유 IP를 무단 사용중인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하거나 IP를 대여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한국산업은행 관계자는 “이 펀드 출범으로 특허 매각 기업으로서는 대규모 자금 확보가 가능하고 글로벌 특허괴물에 맞서 방어와 공격 등 다양한 투자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1호 특허펀드 자산 매입 대상을 통신기기 제조 관련 IP로 잡은 것도 최근 전 세계 특허전쟁 흐름과 무관치 않다. 그는 “특허 괴물의 주 공격대상이 전기, 전자, 무선, 소프트웨어에 집중됐었다”며 “매입한 특허를 발판으로 회원사 보호는 물론이고 소송 제기 등을 통한 공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14일 조직개편을 통해 기술금융부를 신설하고 글로벌 특허괴물에 맞설 2호, 3호 특허펀드를 지속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전문회사(Non-Practicing Entity)는 세계적으로 560개 이상 설립됐다. 특허소송도 급증했다. NPE에 피소된 제조업체는 지난 2001년 579개사에서 작년 4508개사로 10년새 8배가량 급증했다. 특허소송도 2001년 143건에서 2010년 600건, 2011년 1143건으로 8배나 증가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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