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115>물 같은 걸 끼얹나

어떤 문제나 상황에 대책을 제시함. 과도하게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내세우지만 그 타당성을 확신하기 힘들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이 표현은 인기 프로그램 `위기탈출 넘버원`의 한 장면에서 유래했다. 제작진이 아이가 감전당했을 때 대처법을 질문하자 여성이 `물 같은 걸 끼얹나…?`라고 답하는 장면이 계기가 됐다.

감전 당한 아이에게 전기가 잘 통하는 물을 끼얹는다는 위험한 발상에 이와 묘하게 대조되는 `끼얹나…?`라는 유보적 말투, 인터뷰한 여성의 과도하게 진지한 표정 등이 결합돼 네티즌의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이후 `물 같은 걸 끼얹나`라는 표현과 이 장면이 담긴 캡처 화면까지 인기를 모으며 다양한 패러디를 만들어냈다. 여성 얼굴에 프로게이머 홍진호 선수 얼굴을 합성한 `다크스웜 같은 걸 끼얹나`나 오세훈 시장이 위기에 빠졌을 때 `강남 같은 걸 끼얹나` 등이 대표적이다.

넥슨이 개최한 게임개발자콘퍼런스(NDC)에선 게임 기업의 투자 유치와 회계 관련 내용을 다루는 `개발비가 필요하면 회계 같은 걸 끼얹나?`라는 세션이 열리기도 했다.

대선 출마를 차일피일 미루던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공식 출마 선언을 하자 언론과 각 후보 대선 진영은 일제히 안 후보에게 검증 같은 걸 끼얹고 있다. 본인과 부인의 다운계약서 작성과 논문 표절 등 의혹 제기에 안 후보 측 반응은 `관행 같은 걸 끼얹나?`라고 할 수 있다.

힙합 가수 버벌진트는 이 표현에서 영감을 얻어 `기름 같은 걸 끼얹나`라는 노래를 발표했다.

한편 `물 같은 걸 끼얹나`라는 발언을 한 여성은 인터넷에서 `개념 없다`며 비난의 대상이 됐으나, 사실 그 말은 `아이가 감전해 기절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의 답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충분히 가능한 대답인데 전후 사정을 잘 모르는 네티즌이 비난을 쏟아낸 것. 인터넷에서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악플을 달 때엔 한번만 더 생각해 보도록 하자. 물론 기절한 사람을 깨울 때도 물을 끼얹는 것보다는 얼굴 등을 가볍게 치면서 깨우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한다.

*생활 속 한마디

A:한세희 기자가 `인터넷 이디엄` 소재 고갈로 고민하고 있대요.

B:그럼 제보 같은 걸 끼얹나…?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