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185>빨리 뛰는 `기록`보다 오래 달리는 `기력`이 중요하다

기록은 깨지라고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운동선수나 한 분야에서 위업을 달성하려는 사람은 모두 결국 기록 싸움을 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기록은 밖으로 드러난 객관적인 기록을 의미할 수도 있고 자신이 정해놓은 주관적인 기록일 수도 있다. 객관적인 기록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기록이고 주관적인 기록은 자신이 정해놓은 마음의 잣대나 기준을 의미한다. 객관적인 기록은 남과 비교에서 수립되는 기록이고 주관적인 기록은 어제의 나와 달라진 오늘의 기록을 비교해서 정해지는 기록이다.

남다른 기록을 남기는 사람의 공통점은 끊임없이 기록한다는 점이다. 어제의 나와 비교해볼 때 오늘의 나는 무엇을 반성하고 개선해야 하는지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기록한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고 잊혀진다.

기억은 머리가 담당하지만 기록은 손이 담당한다. 머리가 담당하는 기억은 논리적이지만 손이 담당하는 기록은 체험적이다. 체험적 기록은 체험적 깨달음의 자기반성이자 다짐의 기록이다.

기록해야 몸에 각인된다. 몸으로 깨달은 체험적 깨달음과 교훈은 스스로 몸에 각인되지만, 그것의 의미와 가치를 주어진 상황적 맥락에 비추어 반추하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전개하지 않으면 체화되지 않고 휘발되거나 망각된다.

기록은 기록해야 깨진다. 이전 기록에 대한 냉정한 자기반성과 성찰이 새로운 기록을 가져온다.

대부분의 선수에게는 어제와 다른 기록이 중요하다. 이전의 기록을 깨는 기록적인 기록이 나올 때 비로소 세상 사람의 주목을 받는다.

세상 사람의 주목을 이끄는 기록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남이 세운 기록과 비교하기 이전에 자신이 세운 어제의 기록과 비교해야 한다. 결국 남이 세운 기록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세운 기록을 깨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경쟁자를 능가하는 기록을 달성하려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기력(氣力)이 있어야 한다. 기록 경신이나 갱신은 기력이 뒷받침한다. 기력 없이 놀라운 기록 달성은 불가능하다. 기념비적인 기록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이전 기록을 기록하면서 부단한 성찰을 거쳐 새로운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부단한 노력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에너지가 바로 기력이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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