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네트워크, 미래인터넷] <11>빅 데이터와 프라이버시

빅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방법론은 과거에 불가능했던 새롭고 놀라운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예를들어 구글은 독감 동향서비스(google.org/flutrends)를 제공하는데 독감 단어의 검색빈도를 분석해 환자 숫자나 유행 지역을 예측하는 것이다. 2008년도에 미국 뉴욕타임즈가 구글 독감 동향예측을 미국 질병통제 예방센터(CDC)의 실제 독감 확산 데이터와 비교한 결과 매우 밀접한 상관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CDC 공표가 구글보다 느린 이유는 전국 수천 군데의 보건의료기관과 연구소 등이 제출한 진료기록 같은 자료를 이합취산하고 이를 토대로 집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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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개인정보를 직접 분석해 활용하는 빅데이터 모델도 등장했다. 미국은 2010년 기준으로 탈세 추정금액이 저소득층의 의료 보장 총액을 초과했을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다. 이에 미 국세청은 납세자의 금융계좌·주소·전화번호 등 방대한 개인 정보 관계를 분석하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탈세 범죄자와 관련한 SNS를 분석해 감시하는 탈세 예방시스템을 구축했다. 3450억 달러에 달하는 세금 누락과 불필요한 세금 환급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을 위시해 각국 정부나 IT기업은 빅 데이터를 미래 경쟁력 우위를 좌우하는 모델로 인식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접근이 시작되었다.

빅 데이터는 이전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만큼 방대한 규모의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 또는 그에 기반을 둔 새로운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환경까지 말한다. 그런데 빅 데이터 발달은 개인정보보호 이슈와 맞물려 있다. 빅 데이터에 기반을 둔 지능형 서비스는 고도의 개인화를 가능하게 한다. 축적된 개인 정보와 다양한 상황 정보를 결합·분석해 한사람, 한사람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8억 명에 이르는 사용자 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페이스북 등이 좋은 사례다. 앞으로 건강과 패션 관리처럼 의식주 전반으로 확대가 예상된다. 그러나 개인화 서비스는 다양하고 상세한 개인 정보를 기업이 대량으로 수집·활용하는 것을 전제한다는 역설을 지닌다. 이렇게 대량으로 관리되는 개인과 분석 정보가 만에 하나 유출되는 경우 사회적 파장과 추가적으로 발생할 2차 피해의 양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결국 빅 데이터로 대표되는 정보처리 환경은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새로운 기술적인 해결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정보처리 환경에서 개인정보 자기통제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 우리가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은 정보 활용을 통한 가치 창출과 개인 권익보호라는 두 측면을 조화롭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기술수준이나 법제도적 상황으로는 빅 데이터 환경을 제대로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빅 데이터 시대에 걸 맞는 프라이버시 보호의 규제 방식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개인 정보 권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다양한 곳에 방대하게 퍼져있는 개인정보를 효율적으로 통합해 열람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개인 식별 정보나 개인위치정보, 구매정보나 성향, SNS에 기반한 텍스트 정보 등 다양한 개인 정보를 원래 목적과 어긋나게 결합· 활용하는 불법적인 프로파일링을 방지하고 개인정보 처리단계(Life-cycle) 전에 개인정보 통제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EU에서 올해 1월25일에 발표한 개인정보 보호지침 개정안에는 자동처리기술에 의한 프로파일링과 예측서비스를 제한하고 개인정보 사용에 대한 사용자의 명시적 동의에 대한 의무화를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런 논의는 대량의 정보처리 환경에서 정보주체가 자신에 관한 정보를 어떻게 할지 결정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사생활과 개인정보의 보호는 인간의 본질적 욕구라고도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대량의 정보 처리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이나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보인다. 삶에 있어 개인정보를 처리하지 않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개인과 기업, 정부 모두가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공동의 책임감을 지니는 인식 고취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일 한국인터넷진흥원 정보보호본부장(jilee@ki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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