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기관 통신 노후화 심각...`시민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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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소방, 지하철 등 주요 재난대응 기관의 통신시스템 절반 이상이 내구연한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처럼 재난 발생 시 통신 불통으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야기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전자신문이 경찰청, 소방방재청, 지하철 등 주요 재난필수기관 통신설비를 조사한 결과 50%가량이 내구연한이 지난 낙후된 설비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17개 지역 중 12곳에서 내구연한을 넘긴 기지국과 교환설비를 운영 중이다. 1990년대 설치한 인프라를 쓰는 지역도 5곳에 달한다. 또 대전·광주·대구·부산 등 광역시에서도 10년 전 도입된 무전 단말기를 쓰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통신장비 내구 연한은 최장 10년이다.

서울·경기를 제외한 지역 소방본부는 1990년대 도입된 단파 통신(UHF·VHF)을 유지하고 있다. 보안에 취약한 통신방식 때문에 교통사고나 응급환자 발생 시 도·감청이 수시로 일어난다.

부산 지하철은 1호선은 1985년 개통 이후 차량통신 방식(VHF)을 바꾸지 않았다. 부산 지하철 측은 “업그레이드로 유지보수를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주로 휴대폰을 이용해 통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대상이 된 경찰·소방·지하철 등 주요 재난필수 기관 30여곳 중 교환기, 기지국 설비 중 내구연한을 넘긴 곳은 최소 14곳으로 전체 50% 수준이다. 휴대형·차량용 단말기 역시 6곳에서 노후장비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 재난기관을 합치면 노후장비를 운영하는 곳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말기는 최근 교체가 이뤄졌다고 하나 수도권 지역을 제외한 곳곳에서 낡은 장비를 쓰고 있고 전국적으로 기지국이나 교환설비가 오래돼 제 역할을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같은 기관조차 서로 다른 통신방식을 쓰는 것도 문제다. 경찰과 소방방재청은 지역별로 TRS와 VHF, UHF를 섞어 쓴다. 지역과 기관을 넘나드는 공조업무가 원활할 리 없다. 시민 안전을 책임져야할 기관의 통신설비가 오히려 위험을 부추기는 셈이다.

기관 측은 설비 교체 문제에 난색을 표했다. 현재 진행 중인 통합 국가재난안전통신망사업과 연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시작된 재난망 사업은 9년째 제자리걸음이다. 9월 현재 예비타당성 사전심사에 들어간 상태로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권 말기인데다 조 단위 예산이 들어가는 대형 사업이라 부담이 크다는 이유다.

재난필수기관 관계자는 “경찰, 소방 등 통신 시스템은 국가 재난망 사업과 같이 진행해야 한다”며 “낡았다고 함부로 교체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경찰 TRS 단말기 교체를 놓고 “재난망 사업을 염두에 두고 특정 업체를 비호하려한다”며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자 자체 고도화를 꾀하는 기관도 나왔다. 부산 지하철 1호선은 재난망 사업이 결정되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내년부터 통신설비 업그레이드에 나서기로 했다.

표> 주요 재난기관 통신설비 현황 (출처: 기관/업계 종합, 노란색: 내구연한 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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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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