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공세 예고…삼성 등 대안 찾기 `비상`
애플이 인수한 지문인식 솔루션 전문 업체 오센텍(AuthenTec)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고객사와의 거래를 내년부터 전격 중단한다. 차세대 스마트기기에 보안성 구현을 위해 지문 인식 솔루션이 기본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애플이 경쟁사들을 상대로 또 한 차례 대대적인 특허 공세를 벌일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HP·델·레노버·후지쯔 등 기존 오센텍 고객사들은 대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오센텍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문인식 특허를 보유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오센텍은 최근 한국 대리점을 통해 내년부터 지문인식 솔루션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고객사에 발송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오센텍 국내 대리점으로부터 향후 필요한 부품 물량을 올해 말까지 모두 주문하라는 메일을 받았다”며 “내년 발주를 모두 거절한다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오센텍 국내 대리점 관계자는 “애플 정책에 따라 향후 부품 수급난이 발생할 수 있어 고객사가 미리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일 뿐”이라며 “최근 고객사에 애플이 공식 방침을 밝히기 전까지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 없다는 정정 메일도 보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대리점의 거래 중단 통보 메일과 정정 메일은 오센텍이 내년 발주를 거절한 것은 명확해 보인다.
차기 모델에 오센텍 지문인식 솔루션 탑재를 계획하던 스마트폰·PC 업계는 된서리를 맞았다. 갑작스러운 거래 중지 통보 탓에 물량 확보와 대안 찾기에 혈안이다. 지문인식 솔루션의 최대 협력사를 잃게 된 삼성전자는 신모델 개발을 위해 국내외 업체를 물색 중이다. 일본 후지쯔도 최근 국내 업체와 지문인식 솔루션 공급을 협의했다.
입수한 메일에 따르면 대만에서도 올 연말까지 오센텍 부품 발주가 폭주했으며, 기존에 개발·생산 중이던 솔루션의 협력사 변경에 나섰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오센텍은 보안 업계에서 가장 많은 지문인식 솔루션 특허를 보유했다”며 “최근 삼성전자와 전례 없는 특허 전쟁을 벌이는 애플이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를 갖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애플은 향후 아이폰을 비롯해 애플 제품 모두에 지문인식 솔루션 탑재를 고려한다”며 “오센텍 기술을 애플에만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지난 7월 3억5600만달러(약 4000억원)를 투자해 오센텍을 인수했다. 오센텍은 2007년 나스닥에 상장된 세계 최대 지문인식 센서 전문업체다. 삼성전자·HP·델·레노버·후지쯔 등 글로벌 전자 업체들이 주 고객사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