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발표 직후 시험대에 오른 일본의 원전제로 정책

일본의 에너지정책방향이 발표됐다. 작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1년 반의 장고 끝에 나온 대책이다. `혁신적 에너지·환경전략안`의 핵심은 2030년대에 원전 없는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이 안은 내각회의에 상정돼 일본 공식 방침으로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경제계 및 미국 등의 반발을 고려해 참고문서로 논의하는 것으로 갑자기 방침을 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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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제시된 원전관련 세 가지 주요 정책방향은 원전의 40년 운전제한을 엄격히 운영하고,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안전 확인을 얻은 원전에 한해 재가동을 허용하며, 향후 원전의 신·증설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사업은 계속 추진한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은 이러한 전략이 여타 관련 정책과의 연관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아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을 제기했다.

일본은 이런 발표를 하기에 앞서 적정 전원 믹스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세 개의 선택안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의견을 묻는 과정을 거쳤다. 여론 조사결과 선택안 중 2030년에 원전비중 0%를 지지하는 국민이 다수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부분적으로 반영해 민주당 정부는 2030년이 아니라 2030년대에 원전비중 제로에 도달하는 수정안을 방침으로 정한 것이다.

비록 시기를 2030년대로 늦췄을 뿐 독일의 2022년까지 원전 단계적 폐지정책에 준하는 탈원전정책을 표방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독일은 주변국에서 전력을 수입할 수 있고 높은 전력예비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강국이기에 탈원전정책이 가능하다고 평가돼 왔다. 이에 비해 일본은 도서 국가이자 우리와 버금가는 자원빈국으로서 에너지안보를 에너지정책의 중심축으로 견지해 온 국가기에 상당히 의외의 결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방침 발표를 놓고 일본 내에서도 산업계를 중심으로 산업경쟁력 저하와 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치권에서도 임박한 총선을 겨냥한 민주당의 무리수라는 견해가 제기됐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의 특수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과연 합리적인 정책방안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정부가 원전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제시한 대책은 당장은 석탄발전을 기저발전으로 활용하고 재생에너지 전원을 획기적으로 확대함으로써 보완한다는 것이다. 부족한 부분은 전력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절약과 분산형전원인 열병합발전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원전 2기만 재가동 한 채로 이번 여름을 넘긴 일본으로서 원전폐지에 의욕을 보일 수 있고 정치적으로도 유리할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정책 변경의 성패는 결국 이러한 전원구성이 장기적으로 원활한 경제성장과 국제사회에서의 입지에 얼마나 부담이 되는지에 달렸다.

원전을 대신해 화력과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면 발전비용이 증가해 전력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초래할 것이다. 지금도 일본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우리의 2.5배를 넘는다. 또 석탄발전 확대는 기존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대폭적인 수정을 요구한다. 이번 발표에서도 2020년의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25% 삭감한다는 기존 목표를 철회하고, 대신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20% 감축이라는 완화된 목표를 새로 제시하고 있다. 일본 민주당의 이번 선택은 임박한 11월 총선에서 국민에게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실제 집행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자민당 총재선거 후보 전원이 원전제로 방침에 반대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에너지믹스 정책을 두고 각계 의견이 분분하다. 지금 겪는 전력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요관리 강화와 함께 전력설비 확충이 매우 긴요하다. 우리의 전력수요 증가율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그러나 전기요금은 공공요금의 대표 격으로 인식돼 인상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크다. 또 국제적으로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도 달성해야 한다. 모두 우리가 안고 있는 에너지 현실이며 해결해야 할 정책적 과제다.

따라서 이러한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리 현실에 가장 적합한 전원구성 방향, 나아가 장기 에너지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객관적이고 냉정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일본이 에너지정책 결정 과정에서 보여준 의견수렴 절차, 방식, 그리고 발표 후의 혼선 과정은 우리에게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kimj@kee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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