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귀족처럼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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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자주 어머님으로부터 과거에는 얼마나 삶이 고단했는지, 특히 여자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고 요즘에는 얼마나 삶이 편하고 행복해졌는지 들어왔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잠이 아직 덜 깬 눈을 비비며 아궁이에 불을 때어 밥 짓던 일과 겨울에 언 냇가에서 부르튼 손으로 얼음을 깨고 빨래하던 일이며 수십리 길을 걸어 장에 가던 일 등등. 요즘에는 전기밥솥으로 밥을 짓고 세탁기로 빨래하고 자동차로 여행하고 전등 밑에서 환담하고 책을 읽을 수 있다.

과거에는 나그네에게서 먼 곳의 새로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마르코 폴로는 일생을 들여 중국을 여행하고 정보를 전했다.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아무 소식이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 권력자들도 현대 문명의 혜택은 누리지 못했다. 몽골의 칭기즈칸도 자동차나 비행기를 타 보지 못했고, 로마의 시저도 전등 밑에서 환한 밤을 보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확실히 현대 서민은 과거 권력자보다 훨씬 나은 생활수준을 누린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의 만족도는 과거 권력자나 귀족이 낮았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집안 허드렛일은 하인이 했고 새로운 소식도 신하들이 모아 전달해 줬다. 허드렛일을 하는 하인은 힘들었겠지만 이런 서비스를 받는 귀족은 편안함을 누렸다. 과거 신분제도나 노예제도는 귀족에게 매우 유용한 제도였고 이를 통해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었으리라. 우리는 현대 문명의 도움으로 모두가 과거 하인보다 귀족에 가까운 삶을 누린다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문명의 이기가 편리하기는 하지만 쓸 줄 알아야 잘 이용할 수 있다. 나는 아직도 집에 있는 전기밥솥이나 세탁기 사용법을 완벽하게 습득하지 못하고 꼭 필요한 일부 기능만 사용한다. 자동차 운전도 차를 잘 몰 수 있게 되기까지 여러 해가 걸렸다. 컴퓨터를 오래 사용해왔지만 아직도 일부 기능만 사용할 줄 안다.

과거 귀족은 하인이나 신하를 불러 시키기만 하면 됐다. 시키지 않아도 하인이나 신하가 알아서 필요한 일을 해 줬다. 현대의 모든 서민이 과거 귀족처럼 살려면 단순히 일정한 기능만 수행하는 기기로는 부족하니 않을까. 과거 하인이나 신하처럼 말을 알아듣고 이해하고 스스로 알아서 일을 처리해 주는 기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기기가 어느 정도 인간 지능을 갖춰야 한다. 인간의 말을 듣고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고 원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단순한 언어 이해가 아니라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것처럼 감정과 기호를 이해하고 인간관계도 알고 있어야 한다. “친구를 보고 싶은데”라고 하면 “지금은 회의 중이라 30분 뒤에 연락하겠다고 합니다”고 말해주는 비서 역할 전화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더 나아가 다정한 대화를 나누게 될 수도 있다. 정보기술(IT) 발전으로 다른 사람을 부리지 않아도 인류 모두가 과거 귀족처럼 살 수 있는 날을 꿈꾸어 본다.

김원식 법무법인 세종 고문 wskimmic@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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