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 불황돌파 원동력은 특화제품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업계가 특화제품을 앞세워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16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 위기에 따른 수요 침체 지속과 제품가격 하락으로 합성수지, 합성섬유 등 범용 제품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중동 지역 석유화학기업들의 약진으로 점차 범용제품 생산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는 추세다. 실제 지난 상반기 국내 대형 석유화학기업들은 전년 영업이익 대비 반 토막 수준의 성적표를 받았다. 일부 기업은 적자를 나타냈다.

석유화학기업들이 침체를 극복하고 실적 반등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후발기업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특화제품 생산 확대다.

한화케미칼이 집중하고 있는 특화제품은 태양광모듈 등에 사용되는 고함량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다. 세계적으로 고함량 EVA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업체는 미국의 듀폰과 일본의 토소 등 6곳에 불과하다. 한화케미칼은 18일 울산 남구 울산1공장에서 EVA 4만톤 증설 공장을 준공한다. 한화케미칼은 이 공장이 준공되면 연간 약 15만톤의 EVA 생산능력을 갖춘다.

금호석유화학은 친환경 타이어 핵심소재 `솔루션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SSBR)`를 특화제품으로 선정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SSBR은 EU, 미국, 한국 등에 도입될 예정인 타이어 라벨링 제도가 요구하고 있는 친환경 타이어 핵심 속성인 연비절감 효과를 제공한다. 금호석유화학은 SSBR 생산능력을 현재 연산 2만4000톤에서 8만4000톤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하고 증설작업 중이다.

LG화학 역시 SSBR을 특화제품으로 선정하고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충남 대산에 약 1000억원을 들여 연산 6만톤 규모의 SSBR 공장을 짓고 있다. 고흡수성 수지, 섬유, 도료, 접착제, 충격보강재 등 다양한 제품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는 아크릴레이트 역시 LG화학의 특화제품이다. LG화학은 친환경 글리콜계 가소제를 개발·상업화했다. 올 상반기 아크릴레이트와 가소제 등 LG화학의 특화제품은 범용제품의 부진을 만회하며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웅진케미칼의 특화제품은 역삼투필터다. 국내 최초로 역삼투필터(분리막, 멤브레인)를 개발,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웅진케미칼은 미국 에너하임에 역삼투필터 생산 공장을 갖추고 이곳을 거점 삼아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오는 21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2012 IWA 세계물회의`에서 역삼투필터를 이용한 `해수담수화용 16인치 제품`과 `내염소성 제품` 등을 선보인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범용제품은 예전에 일본에서 생산 하다가, 일본이 특화제품에 집중하며 우리나라로 넘어 온 것이고, 산업의 사이클 상 이제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국내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특화제품의 비중을 늘리고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