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기업·의료계 손잡고 의료 로봇 국산화 속도낸다

IT 융합 분위기를 타고 의료 로봇 국산화 속도가 빨라졌다. 그동안 의료계는 미국 등 선진국 의료 로봇만 사용하는 보수적인 입장이었지만, 바이오·헬스케어 시장 급성장을 계기로 국내 기업과 손잡고 의료 로봇 국산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는 산학연 협력을 독려하는 한편, 특허 및 표준 확보로 국내 로봇 산업계를 측면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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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이 개발한 의료 로봇 `다빈치 시스템`

2일 업계에 따르면 3차원 검사장비 기업 고영테크놀로지는 최근 뇌·척수 등에 특화된 수술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의료 로봇은 동작에 기술 초점이 맞춰졌지만, 고영테크놀로지가 개발하는 제품은 검사 기능에 특화됐다. 3D 검사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을 의료 로봇에 접목해 종양 및 환부의 체적을 정확히 찾아 도려낼 수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아산병원은 정형외과 로봇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한 현대중공업과 풍부한 임상실험 경험을 확보한 현대아산병원이 힘을 합치면서 개발부터 상용화 단계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6축 다관절을 이용한 자동 정형외과수술 로봇을 개발해 의료 로봇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목표다. 인대재건수술로봇, 중재시술로봇 등 다양한 의료 로봇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서울아산병원·한국과학기술원·서울대학교·로봇산업진흥원 등 10개 기업 및 기관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바늘삽입형 영상중재수술 의료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센서가 부착된 지능형 바늘로 해당 부위의 생체 정보를 얻고, 1㎝ 이내까지 치료할 수 있는 로봇이다.

미래컴퍼니·큐렉소 등 중소기업은 복강경수술로봇, 관절로봇 등을 준비 중이다.

원천 기술 개발 부문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이상윤 부경대 공간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세계 최초로 혈류를 거슬러 올라 구동하는 마이크로 로봇 개발에 성공했다. 지름 1㎜ 이하 크기 로봇을 마이크로 로봇이라고 하는데, 혈관 속을 타고 다니면서 병변 관찰 및 제거에 활용된다.

의료 로봇은 2000년 중반 국내에 도입된 이후 빠른 속도로 여러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수술로봇 도입은 2005년 24건에서 2010년 6500건으로 증가했고, 지난해는 8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월드메디컬팩트북 자료에 따르면 세계 의료로봇 시장은 올해 60억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매년 19%씩 늘어나 2016년에는 119억달러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미국 기업인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이 수술로봇인 다빈치시스템으로 사실상 세계 의료 로봇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고광일 고영테크놀로지 사장은 “우리나라는 IT·의료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 로봇 부문은 취약했다”며 “우리 기업과 의료계가 힘을 합쳐 시너지를 낸다면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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