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공 분야 성적 우수자를 채용하더라도 최소 1년 이상은 별도 실무 교육을 시켜야 업무에 투입 가능합니다. 개발 인력 채용 후 재교육 기간과 비용 만만치 않습니다.”
국내 한 대기업 임원의 하소연이다. 1년 내내 우수 인력 채용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원하는 개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고 관련 분야 이해를 가진 개발자를 채용하더라도 1년은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어느 직군이든 신입사원이 현업에서 제 역할을 발휘하기까지는 일정 기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기술 변화가 빠른 IT분야에서는 유독 이러한 실무역량 간격(갭)이 크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정부가 최근 선보인 TOPCIT(IT역량지수)가 주목받는 이유다.
◇영어는 `토익(TOEIC)`, IT는 `TOPCIT`으로=이러한 산업계와 학계의 인력 수급 불일치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기업에서는 IT전공자들이 대학에서 실무에 필요한 역량을 제대로 갖춰오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대학에서는 정확한 기준없이 교육과정을 변경하며 수업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부는 기업이 원하는 실무형 IT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IT역량지수(TOPCIT)`를 만들었다. 산업계·교육계가 공동으로 IT전공자들의 실무 역량을 객관적으로 측정, 평가할 수 있도록 문항개발부터 평가까지 의견을 공유하며 개발했다.
TOPCIT는 단편적인 지식과 기술을 측정하는 기존의 자격시험과는 확연히 다르다. 실제 현장에서 직면할 수 있는 문제를 어떻게 총체적 역량을 발휘해서 해결할 수 있는 지를 측정하는 `수행형` 테스트다. 객관식·단답식·서술식 등 기존의 평가방식과 함께 실무 상황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다양한 내용이 결합된 문제가 출제된다.
정부는 올해 TOPICT를 시범 시행하고 향후 IT인재들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도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대학 교과과정에 참고토록 하는 등 다양한 활성화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IT기업들, TOPCIT 기대 높아=현재 IT분야에는 이미 국가 자격과 국가공인을 포함해 총 40여개의 자격증이 있다. 하지만 취득이 용이해 변별력있는 채용 기준으로 활용되진 못하고 있다.
SK C&C는 오는 9월 23일에 개최되는 `제1회 TOPCIT 경진대회`에서 성적 우수자에게 입사 지원 시 특전을 주는 계획도 밝혔다.
국내 대표 SW 기업인 더존IT그룹에서도 TOPCIT를 적극 활용할 계획을 내비쳤다. 이강수 더존IT그룹 부사장은 “자체적으로 교육을 하기엔 비용 부담이 커서 그동안 외부 위탁 교육기관에서 6개월간 실무 교육을 진행해 왔다”면서 “TOPCIT은 인턴십이나 프로젝트 등으로 직접 현장에서 체험한 문제 해결 능력도 주요 평가 항목으로 채점되는 만큼, 우수한 인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재교육 부담도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더존IT그룹은 지난해 강촌캠퍼스로 회사를 이전하면서 근교에 있는 강원대, 삼육대 등과 함께 실무 교육 커리큘럼을 논의하고 있다. 여기에 TOPCIT가 중요한 교육 성과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