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고 그로 인해 10억달러를 배상해야 한다는 미국 연방법원 배심원단의 평결에 대해 미국 주요 언론들은 혁신의 의미를 일깨웠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어느 업계에서든 앞서가는 경쟁업체의 제품에 대한 모방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업계의 판도를 뒤바꾼 혁신의 공로가 모방과 따라잡기에 묻혀서는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혁신의 의미 부각…모방에만 치우쳐선 안된다" = 워싱턴포스트는 25일 인터넷판에서 정보기술(IT)업계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애플의 승리가 경쟁업체로 하여금 지나친 모방을 자제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번 평결 이후의 재판이 애플의 우위로 끝난다면, 삼성을 비롯한 다른 휴대전화 제조업체들로 하여금 애플 제품과 더 구별되게 만들도록 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신문은 삼성의 스마트폰이 애플의 `아이폰`으로부터 영향받았다는 사실은 애플이 어떤 증거를 내밀었는지와 무관하다며, 과연 삼성이 특허 침해라는 `선`을 넘었는지 여부가 이번 재판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법률기술센터의 로버트 바 소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폰이나 노키아의 스마트폰이 이번 평결과 무관하다는 예를 들며, 단순한 모방에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야말로 이번 평결이 모든 IT업계에 주는 교훈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이번 평결에서 산정된 배상액 규모가 이례적으로 컸다는 견해를 보였다.
일부 미국 IT업계 인사들은 이번 평결을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소프트웨어업체 콴토픽스의 창업자 알 사바위는 `링크트인`에 게재한 글을 통해 "남의 노력과 땀과 눈물은 신경쓰지 않고 복사해 붙이는 게으른 카피캣들"이 소송에서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업체간 특허전쟁 본격화, 소비자 선택권 제약 전망도 = 이번 평결이 삼성과 애플간 특허분쟁, 나아가 IT업계 전반적으로 확산된 특허분쟁을 잠재울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나 언론은 없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이번 평결을 계기로 IT업체간 특허 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장분석업체 IDC의 알 힐와 분석가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전부터 여러 IT업체들이 특허나 특허를 가진 회사 자체를 사들여 왔다"며 이번 평결이 "특허의 평가액을 올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과 애플간 분쟁이 삼성 스마트폰에 운영체계(OS)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구글과 애플간 대립의 한 측면이라는 점도 이번 평결이 거대한 분쟁 국면의 시작일 뿐이라는 전망의 근거가 된다.
이번 일이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쓰는 스마트폰이 이미 시장점유율에서 애플의 `아이폰`을 추월한 상태기 때문이다.
미국 IT업계의 소식을 주로 다루는 새너제이 머큐리 뉴스는 누가 누구를 모방했느냐 아니냐와는 별도로 시장 점유율을 소비자가 아닌 배심원이 판가름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카고 선타임스는 법원이 애플의 손만 들어준다면 다른 IT업체를 겁주고 결과적으로 기술이나 제품의 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고,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애플의 승리가 안드로이드 OS를 쓰는 스마트폰업계 전체에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평결에 대한 미국 네티즌들의 의견 역시 애플의 `혁신`을 인정해야 한다는 쪽이 우세했다.
NYT 기사에 대한 댓글에서 한 네티즌은 이번 평결이 "카피캣에 교훈이 되기 바란다"는 의견을 올렸고, 다른 이는 "소비자 선택권의 제약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업계를 새로 구성한 애플에 그만한 대가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한 네티즌은 "애플이 만약 자동차를 만들었다면 바퀴 네 개가 달린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지나친 특허 만능주의를 비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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