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5185만달러 배상…글로벌 싸움 악영향
미국 법원 배심원단이 삼성전자와 애플 특허소송에서 애플 손을 들어줬다. 삼성전자에 유리한 판결이 내려진 한국 재판과 달리 미국에서는 사실상 애플이 완승했다.
24일(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삼성전자와 애플 특허본안소송에 대한 평의를 종결하고 삼성전자가 애플 모바일기기 특허를 침해했다고 평결했다.
배심원단 평결에 의하면 삼성전자는 애플에 10억5185만달러를 배상해야 한다. 평결 후 루시 고 판사가 배심원단에 일부 오류 수정을 지시해 10억4934만달러로 소폭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초 평결액의 0.2%에 불과한 수준이어서 큰 변화는 아니다.
반면 배심원은 애플에 대해서는 삼성전자에 배상할 금액이 없다고 평결했다.
이날 배심원단이 삼성전자에 내린 배상액은 당초 애플이 주장한 25억달러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삼성전자에만 배상액이 부과됐다. 결과적으로 애플이 삼성전자와 벌인 세기의 소송에서 이겼다는 분석이다.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 최소 3가지를 침해했다고 평결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앞면 테두리와 아이콘, 앞면 검은 색 처리 등에서 애플 디자인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한국 법원에서도 삼성전자가 침해한 것으로 인정된 `바운스 백` 기능은 미국 평결에서도 침해로 결론 났다.
삼성전자 스마트패드 갤럭시탭10.1은 애플 디자인 특허 침해 기기에서 제외됐다.
앞서 애플은 삼성전자가 아이폰과 아이패드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특허를 침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무선통신 특허를 침해했다며 4억2180만달러 특허사용료를 요구하며 맞섰다.
배심원 평결이 최종 확정되면 이르면 한 달 이내에 미국 법원이 공식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이 배심원 평결을 뒤집는 것은 가능하다. 최근에는 이달 초 블랙베리 제조사 림이 엠포메이션테크놀로지스 특허를 침해했다는 배심원 평결을 받았다가 판사 판결에서 뒤집힌 사례가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판결 내용이 배심원 평결과 완전히 반대로 나올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 판결이 평결대로 나오면 삼성전자로서는 글로벌 모바일 비즈니스에 타격이 예상된다. 세계 최대 모바일기기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에서 정상적인 스마트폰 사업이 어려워진다. 현재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는 애플과 특허소송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평결이 나오자 삼성전자와 애플은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승리`가 아닌 `소비자 손실(loss)`로 봐야 한다”며 “평결이 소비자 선택권을 줄이고 제품 가격을 더 높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애플은 “재판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카피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배심원단에 경의를 표한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