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가 FX, EX, QX에 이어 모델명에 `X`가 붙은 네 번째 모델, JX를 국내 출시했다. FX, EX처럼 프레임이 없는 크로스오버 SUV이며, 가격과 엔진 성능은 5인승인 FX가 더 높지만 차체는 7인승인 JX가 더 크다. 기골장대한 인피니티의 기함 QX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JX도 5미터에 가까운 차체 길이를 가졌다.
JX는 인피니티가 콘셉트 카 `에센스(Essence)`를 통해 그 시작을 알린 새 패밀리 룩의 디자인 DNA를 적극 반영해 강한 개성을 뽐낸다. 길에 나서면 주위의 시선을 잡아끄는, 보기 드문 7인승 차다. 더블 아치를 그리는 전방 그릴과 바이제논 헤드라이트를 시작으로 근육질의 굴곡을 자랑하는 보닛과 휀더, 도어의 입체감이 예사롭지 않다. 뒷유리와 옆유리 사이의 기둥(D필러)이 초승달 모양으로 꺾인 것이 상징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공기저항 계수는 동급 최저 수준이고, 고속에서 차체를 들뜨게 하는 양력을 최소화하여 안정감 있는 주행을 지원한다.
단풍나무 장식과 가죽, 알루미늄으로 호화롭게 꾸민 실내는 신차인데도 익숙하다. QX나 인피니티 M 등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계기판 가운데에는 인피니티 최초로 4.2인치 풀 컬러 화면을 적용했는데, 화려한 그래픽과 함께 한글 표기가 반갑다. 네 개의 카메라를 통해 차량 주변 360도를 한눈에 살필 수 있게 해주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는 단순히 화면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움직이는 물체를 감지해 시청각 경고까지 제공한다. 주차 요령을 차근차근 안내해주는 기능도 재미있다. USB, 블루투스 핸즈프리, 보스 사운드 시스템, 인텔리전트 키, 전동조절 메모리 및 통풍 기능의 시트 등 첨단 편의사양도 고루 갖췄다.
한편, JX의 실내에서 돋보이는 것 중 하나는 2열 시트이다. 7인승 SUV는 2열 시트의 등받이를 접은 뒤 통째로 앞으로 젖혀서 3열 시트로 드나드는 통로를 확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JX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했다. 등받이 옆의 레버를 당기면 등받이가 살짝 숙여지면서 방석부분이 위로 접히고, 시트 전체가 레일을 따라 앞으로 이동한다. 거추장스러운 동작이 필요 없고, 유아용 시트가 장착된 상태에서도 3열로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시트를 최대한 뒤로 밀고 등받이를 기울이면 2열 공간에서 호사스러운 여유를 즐길 수도 있다. 뒷좌석 공간을 위한 온도조절 장치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고, 1열 선루프와 별개로 2,3열 공간용 파노라마 선루프도 있다. 물론 2,3열 시트는 등받이를 개별적으로 접어 트렁크 바닥과 평편하게 연결되는 적재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테일 게이트는 전동으로 여닫힌다.
고성능 후륜구동 차의 이미지를 앞세우는 여느 인피니티들과 달리, JX는 앞바퀴 굴림이 기본이고 변속기도 인피니티 최초로 CVT를 탑재했다. 엔진은 인피니티의 자랑인 3.5리터 가솔린 VQ인데, 300마력 대를 자랑하는 다른 후륜구동 인피니티들보다는 낮은 성능을 가졌다. 같은 엔진, 변속기를 쓰는 닛산의 SUV 무라노와 비슷한 265마력, 34.3㎏·m의 힘을 내고, 시내 주행에서는 몸놀림이 가뿐하다. 특히 조용하면서도 자극적인 엔진 소리가 `살아있네`라는 표현을 쓰게 한다. 요철의 충격을 흡수하는 모습에서는 여유가 느껴지지만 거친 주행에서는 무게 쏠림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드라이브 모드 실렉터`를 장비해 스포츠, 에코, 스노, 스탠더드 주행 모드를 간편히 선택할 수 있다.
차량 가격은 2륜구동 모델 6750만원, 4륜구동 모델 7070만원이며, 공인연비는 각각 8.4㎞/L와 8.2㎞/L이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