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인간 본성과 본능을 충족하는 방법과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알아내는 방안을 예견하는 능력이 IT산업에 필요하다. 인문학으로 창조적 상상력을 키운 인재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
김기완 LG전자 글로벌마케팅부문 부사장은 21일 한국IT리더스포럼이 개최한 8월 정기조찬회에서 `IT 그리고 인문학`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부사장은 고(故) 스티브 잡스의 혁신 사례는 새로운 기술개발이 아니라 기존 기술과 인문학을 접목해 새로운 것을 발견한 데서 비롯했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스티브 잡스를 비롯해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 마이클 델 등 유명한 IT기업가는 인간 본성에 호기심을 갖고 철학, 역사, 문학 등에 탐닉했던 인물”이라며 “사람이 기술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기술에 사람 본성을 반영하고 만족시켜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잡스가 중국 진시황 능원의 병마용갱을 방문한 뒤 6개월 만에 맥북에어를 개발한 일화를 소개했다. 8000개 이상의 병마용을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었다는 점에 착안해 맥북에어를 마치 보석을 손으로 깎은 듯한 느낌이 들도록 제작했다는 것.
첨단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하는 것보다 인간 본성과 본질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LG전자 초콜릿폰이 세계 최초로 터치 기능을 지원하는 혁신을 이뤘지만 계속 발전시키지 못해 애플 아이폰에 뒤쳐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LG전자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먼저 도입했지만 이에 만족하는 데 그쳐 안타깝다”며 “반면에 애플은 키패드까지 터치화하는 등 스마트폰 대중화를 주도해 아이폰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1인 가족 비중이 늘고 여성 중심으로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IT산업에 앞서 반영해야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또 오감을 만족시키는 것을 넘어 제품과 서비스의 `의인화`가 새로운 IT 트렌드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부사장은 “그동안 터치스크린 등 오감을 충족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어왔다”며 “어릴적 사람과 대화하듯 인형과 놀았던 점에서 착안해 로봇 등 의인화한 제품과 서비스가 새로운 IT 트렌드로 자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품 기획부터 마케팅, 영업까지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성공할 수 없다”며 “최근 기업들이 철학, 심리학 등 인간 근간을 공부한 학생을 선호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