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전체가 벤처다.” 이스라엘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스라엘 벤처 핵심은 텔아비브. 수많은 벤처기업과 대학, 다국적 기업의 R&D센터가 텔아비브에 집중돼 있다. 이중에서도 최근 텔아비브를 상징하는 것은 바로 스타트업. 직접 돌아 본 텔아비브는 `도시 전체가 스타트업`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도시 곳곳이 스타트업 열정과 아이디어, 자유로움으로 가득했다. 스타트업 천국 텔아비브는 3개의 숫자 키워드로 설명한다.
◇`600`=도시 면적 50.6㎢. 서울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텔아비브에 둥지를 튼 스타트업은 600개가 넘는다. 600개 기업 대다수는 텔아비브 제이틀린 거리에 몰려있다. 제이틀린 거리를 중심으로 집중된 스타트업은 자연스러운 네트워킹과 협업 속에 서로의 아이디어를 점검하고 조언·응원하며 함께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현지 스타트업 `크로스라이더(crossrider)`의 코비 메나체미 대표는 “주위에 스타트업 하는 친구들로 가득하다”며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아이디어와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곳은 텔아비브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스타트업만 모인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에 꼭 필요한 수십 개 공동 창업공간과 액셀러레이터가 텔아비브에 집중돼 있다. 스타트업은 한달 50달러 수준으로 공동 창업공간에서 훌륭한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 다양한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종자돈을 마련하고 단기간 비즈니스 모델을 가다듬을 수도 있다. 스타트업이 모이는 곳에 벤처캐피털(VC)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 이스라엘 VC대다수가 텔아비브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이스라엘은 인구 1인당 VC 투자액 세계 1위를 자랑한다.
◇`33`=텔아비브 인구는 40만명. 이중 33%가 18~35세에 해당하는 젊은이다. 도시 전체가 스타트업 열기로 들끓는 이유는 바로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젊은이가 많은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텔아비브가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은 단지 원거주민의 젊은층 비중이 높아서가 아니다. 젊은 세대 유입이 많다. 이유는 다양성 존중과 자유로운 놀이 문화. 텔아비브는 `2012 베스트 게이 시티`에 선정될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는 문화가 도시에 가득하다. 스타트업을 하기 위해 세계 각지 게이들이 몰려올 정도다. 창의와 혁신이 다양성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텔아비브는 스타트업 최적지다.
바다와 맞닿은 지리적 특성도 장점이다. 아름다운 지중해 낭만을 좇아 젊은이들이 텔아비브로 모여든다. 자연스럽게 놀이 문화가 발달해 스타트업은 다양한 네트워킹 행사로 활발한 교류를 이어간다. 아브너 워너 텔아비브 국제협력과 글로벌시티 담당관은 “텔아비브는 실리콘밸리처럼 일만 하는 곳이 아니다”며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함께 놀며 자연스럽게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5`=텔아비브는 월스트리트저널이 꼽은 스타트업 하기 좋은 도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런던이나 베를린보다도 높은 순위로 유럽 최고다. 텔아비브는 도시 차원에서 이곳을 글로벌 스타트업 메카로 키울 예정이다. 지금까진 도시 차원의 체계적 지원 없이 자연스럽게 스타트업 생태계가 만들어졌지만 앞으로 시가 전면에 나선다. 계획은 `텔아비브 글로벌시티` 프로젝트로 구체화된다. 텔아비브 글로벌시티의 핵심은 개방과 지원이다. 이스라엘 스타트업만이 아닌 전 세계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을 텔아비브로 모을 계획이다. 저렴한 수준의 창업 공간 임대와 VC연계, 세계적인 멘토 연결, 글로벌 진출 지원 등으로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로 도약할 방침이다. 외국인들을 위한 스타트업 비자 발급도 검토 중이다.
아브너 워너 텔아비브 글로벌시티 담당관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글로벌 스타트업 메카가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텔아비브를 전 세계 스타트업에 개방해 최고의 스타트업 도시를 만들 계획”이라며 “한국 스타트업의 관심 역시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