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밖에 안 되는 극미세 크기를 제어·통제하는 첨단 과학기술인 `나노기술`. 나노 기술은 국가 주력 산업인 IT·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자동차를 비롯해 환경·에너지·바이오 등 전 산업 분야에 걸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핵심으로 꼽힌다. 나노 기술이 없었다면 주력 산업도, 신성장 산업도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나노 산업 육성에 범국가적 노력을 투입했던 성과를 이어가는 동시에 새로운 10년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 나노산업 10년=나노 기술의 중요성과 파급효과를 인식해 미국·일본·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은 오래전부터 나노 기술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1년 나노 기술 종합 발전 계획을 수립하며 뛰어 들었다. 2001년부터 10년간 2조4000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나노 기술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그 결과 한국은 단기간내 미국·일본·독일에 이어 나노 기술 4대 강국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총 3103편의 과학기술논문(SIC)을 게재해 세계 3위를 차지했으며, 미국 특허 등록도 166건으로 3위였다. 미국 대비 기술 수준도 지난 2005년 66%에서 지난해 81%로 뛰어오르는 등 후발 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고 나노 기술 경쟁력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아직은 성과를 거론하기에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 지난 2003년 110여개에 불과한 나노 기업들이 지난해 690여개로 크게 늘어나며 겉으로는 산업 기반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동안 투자로 얻어진 기초·원천 기술과의 연계, 또 나노 기술과 타 산업의 융합을 통해 사업화 기회를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노력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나노 제품 매출액은 지난 2008년 2조1000억원에서 2010년 2조9000억원으로 38.1% 증가하는 견실한 모습을 보였지만 손익 분기점을 달성한 기업은 전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희국 나노조합 이사장은 “나노 기술을 응용한 세계 나노융합산업 시장은 오는 2016년까지 연평균 20% 수준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특히 나노 소재와 소자 분야가 주도할 것”이라며 “우리가 강점을 보유한 제조업과 나노 기술이 상승적으로 융합한다면 국가 산업 경쟁력을 한층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화를 위한 일보=정부는 나노 기술의 조기 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해 오는 2020년까지 총 5130억원을 투입하는 `나노융합 2020`을 새롭게 추진키로 했다.
산업과 연계 가능성을 고려한 원천 기술 개발부터 기존 연구 성과를 활용한 기술 사업화까지 포괄적적으로 지원하는 시장 지향형 사업이다. 이에 발맞춰 나노 산업의 본격적인 발전을 모색하는 장이 마련돼 주목된다.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공동 주최하는 `나노코리아`가 16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성황리에 개최된다. 지난 2003년 시작돼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국내 최대 규모의 나노 기술 국제 행사다.
올해는 `나노 기술, 혁신의 프런티어(Nanotechnology, Fontiers of Innovation)`를 주제로, 인류가 당면한 에너지〃환경 문제 등을 해결하고 미래 사회를 구현할 나노 기술의 혁신을 조명할 예정이다. 행사는 크게 전시회(비즈니스)와 심포지엄(학술)으로 구성돼 있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 인원과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11개국 315개 기관에서 520개 부스로 참여,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 나노텍(Nanotech) 전시회(850부스)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삼성전자, LG전자, 한화, 쌍용 등 국내 선도 기업과 일본, 영국, 독일, 미국, 캐나다, 스위스, 프랑스 등 선진국 유망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며, 나노기반 정부지원 연구개발(R&D) 성과물도 선보일 계획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용 전기 색가변 소재, 탄소나노튜브 금속 복합재, 투명열차단필름, 위조방지용 디스플레이, 나노 배기정화 시스템, 양자점 LED 등 다양한 첨단 나노 제품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올해는 10주년을 맞아 특별전시관인 `나노마을(Nano-Vill)`을 꾸몄다. 나노 기술에 친숙하지 않은 일반인도 나노 기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생활속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나노 하우스, 영화 속 미래 나노 기술을 만나볼 수 있는 나노 극장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 외에도 나노 기업과 수요 기업을 연결시켜주는 `T2B(Tech to Biz)` 나노 제품 거래 상담회, 나노 IR 투자설명회, 신기술 발표 등 비즈니스 프로그램과 일반인을 위한 나노 기술 공개 강연, 청소년을 위한 나노 교육 프로그램 등 20여 개의 다양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이 풍성하게 열린다.
심포지엄에서는 하버드대학의 찰스리버 교수와 한화케미칼 홍기준 부회장의 기조 강연을 포함, 9개국 80여명의 연사들로부터 최신 기술 동향을 들을 수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그래핀 등 나노 소재 기술, 반도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나노 전자 기술,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나노 그린 환경·자원 기술,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한 나노·바이오 기술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주호 장관은 “나노 기술 최신 연구 성과를 교류·확산시키고,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감으로써 나노 기술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세계 일류 나노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나노 기술의 기초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