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LCD 업체들이 TV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대만 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양안 협력 관계가 구축되는 듯했으나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LCD 패널 업체들이 자국 내 TV 시장에서 대만 기업들을 밀어내기 시작했으며, 대만 업체들은 중국에 밀리지 않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국 LCD 패널 업체인 BOE와 CSOT는 현지 TV 제조사들이 주력하는 32인치 제품을 앞세워 TV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대만·일본 등지의 주요 LCD 패널 업체들은 불황에 고전하는 사이, 중국 업체들은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NPD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BOE의 LCD TV 시장 점유율은 작년 4분기 6%에서 올 1분기 9%로 껑충 뛰어올랐다. 연간 성장률은 더욱 놀랍다. 지난 7월 출하량 기준으로 BOE는 작년 동기 대비 223%, CSOT는 3202%의 성장률을 각각 기록했다.
중국 패널 업체들의 급신장과 비교하면 최근 대만 업계의 사정은 크게 대조적이다. AUO의 지난 2분기 손실금액은 124억6000대만달러(약 4690억원)에 달한다. CMI도 77억대만달러(28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만 업계는 이에 따라 최근 고육책 마련에 안간힘이다. 주력 모델의 점유율을 중국 LCD 패널 업체에 뺏기면서 해당 모델과 경쟁할 수 있는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같은 가격이면서 크기가 1~2인치 큰 제품이 이에 해당한다. CMI는 39인치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으며, AUO도 29인치, 50인치와 같은 신모델 발굴에 나섰다. 또 대만 업계는 중국에 인력을 유출당하지 않기 위해 불황에도 불구하고 몇 차례에 걸쳐 임금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국 패널 업체들은 단기간 내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대만으로부터 전문 인력을 수혈하려 시도하고 있다. 대만 현지 언론들은 CMI가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최고 15%까지 임금을 올렸으며, AUO도 6% 안팎의 임금 인상을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LCD 패널 업체들도 대만의 움직임에 맞대응하고 있다. CSOT는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28인치 LCD 패널도 생산하기로 했다. 이 제품은 23.6인치, 26인치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의 주력은 중국 시장이었는데 중국 현지 LCD 패널 업체들이 성장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도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 대만 업체들의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출처 : NPD디스플레이서치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