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스라엘 `8200` 부대와 스타트업

“8200부대 출신은 국가에 큰 빚을 진 사람들입니다. 국가가 베푼 혜택으로 군대에서 우수한 교육을 받았고 그 역량으로 사회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국가에 진 빚을 사회에 되돌려 줘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입니다. 우리가 가진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이용해 젊은 세대를 창업가로 키우는 게 목표입니다.”

이스라엘 정보부대 8200부대(Unit 8200) 출신들이 주최한 스타트업 데모데이에서 만난 행사 기획자는 자신들을 `나라의 큰 수혜를 받은 축복받은 집단`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명문 대학보다 명문 부대 출신이 더 대접받는 곳이다.

8200부대는 이스라엘 최고 엘리트 집합소며, 이 부대 출신은 사회적 성공을 보장받는다.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기업 `체크포인트` 설립자 길 슈웨드 역시 8200부대 출신이다.

이들은 한마디로 이스라엘 사회를 이끄는 지도층이자 오피니언 리더다.

기자는 이들이 국가의 필요로 교육받고 나라를 위해 청춘을 희생했다는 피해의식이 전혀 없다는 점이 놀라웠다.

가장 부러운 것은 성공을 오롯이 본인의 능력으로 돌리지 않는 겸손함과 합리적 인식이었다.

국민 세금으로 교육·훈련을 받아 사회적 성공을 거둔 만큼 성공 과실을 자신에게만 돌려선 안 된다는 인식은 분명 우리에겐 접하기 힘든 것이었다.

더욱이 성공을 나누는 구체적 행위가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스타트업 대상 멘토링과 네트워킹 지원이라는 점은 스타트업 취재 기자로서 더욱 부러웠다.

이스라엘 못지않게 우리나라에도 창업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다양한 곳에서 창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들 창업 지원에서 아쉬운 것은 분위기에 편승한 일회성 행사가 다수란 점이다.

시끌벅적하게 창업경진대회를 열어 상금을 주고 끝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지속성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창업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여기저기서 `스타트업 네이션` 이스라엘을 배우자는 목소리가 높다.

진정 그들을 배우기 위해선 제도가 아닌 8200부대의 성숙한 인식이 먼저다.


정진욱 벤처과학부 jjwinw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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