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의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생각은 어떤 것 같아요?”
요즘 자주 듣는 질문이다.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IT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생각에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일반 경제가 아닌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생각이다. 후보가 미래 지향적인지 과거 지향적인지 판단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산업 종사자도 그렇고 20·30대 젊은 층도 그렇다. 후진적 정치구도에 익숙한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이 감지된다. 지역과 이념 대결구도에서 벗어나고 있다. 미래 비전과 복지, 일자리 관심이 그것이다.
그런 탓이었을까. IT 생각 자체가 미래비전과 동일시되는 분위기다. MB정부와의 차별화도 의식한다. 그렇다면 차기를 노리는 대선주자들은 IT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여당인 새누리당의 유력후보 박근혜는 일자리 창출과 복지 문제를 IT와 과학기술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이 있는 듯하다. 문화·소프트웨어 등 일자리 창출형 미래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도 IT·과학기술이 기반이다. 과학기술부 부활 의지도 드러냈다. 총선 때 이공계 출신 후보 우대조항도 그의 의중이 반영됐다. IT 전문부처에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새누리당의 또 다른 주자인 김문수는 IT·과학기술을 활용한 산업 활성화에 관심이 높다. 유비쿼터스(u) 경기도를 주창한 것도 그다. 공식적으로 선거운동에 들어간 첫날 국가의 다음 정부에서는 반드시 과기부를 독립부처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IT에 대한 본인의 직접적인 이해보다는 측근에 의존하는 측면이 있다. 실제 도정을 이끌면서도 그랬다.
야권의 민주통합당 문재인은 어떨까. 그는 IT에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문화산업과 콘텐츠산업 등 신산업을 크게 일으켜 일자리를 대대적으로 만들겠다는 정도다. 변호사 출신답게 정치적 이슈에는 구체적이지만 산업적 이슈에는 다소 소극적이다. 정보통신미디어부 신설 당론으로 가름하는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IT의 전략적 이해도는 낮은 듯하다.
민주통합당의 또 다른 후보인 손학규는 통신비를 줄이고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정보통신 정책을 이끌어야 한다는 정치공학적 입장 수준이다. 과거 정통부처럼 IT 분야를 지원·육성하는 부처를 복원할 필요성이 있다는 걸로 봐서 제도적으로 풀겠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같은 당 김두관 역시 IT산업과 관련해서는 표를 의식한 정치적 입장을 피력하는 정도다. 그는 망을 개방하고 와이파이 정부망을 구축하겠다고 한 게 특이한 제스처긴 하지만, 통신비 인하를 위한 방법론으로 보인다.
정당 소속은 아니지만 유력 대선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서울대 교수 안철수는 IT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란 이력 덕분에 상대적으로 이해도가 높은 주자군으로 분류된다. 대기업의 사업 행태에 비판적 입장을 꾸준히 견지해온 인물이란 점에서 중소기업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부처 언급은 없다.
굳이 여야를 구분한다면 어떨까. 여당 측 대선주자는 과학기술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고 야당 측 대선주자는 정보통신에 무게중심을 두는 듯하다. 하지만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적 이슈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분위기다.
바야흐로 속도의 시대다. 코닥·노키아 같은 기업은 물론이고 남미 국가나 필리핀 같은 국가도 속도에 뒤처진 케이스다. 반면에 구글과 애플을 보라. 그런 점에서 대선주자의 IT 생각은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과 비전 설정에 중요하다. 미래 비전 그 자체라는 얘기다.
박승정 정보사회총괄 부국장 sj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