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던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6일 오전 10시 15분 운영예비전력이 375만㎾를 가리켰다. 전력당국은 전력경보 `관심`단계를 발령했다. 10시 45분에 303만㎾를 가리키던 예비전력은 11시가 되자 266만㎾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전력경보 `주의`단계가 내려졌다. 전력당국은 전력경보를 관심단계에서 주의단계로 격상하면서 직접부하제어를 시행해 전력수요를 110만㎾ 감축했고, 한전은 전국 사업소에 청색비상을 발령해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전압조정과 함께 계약전력 20㎾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절전을 독려했다.
낮 최고기온이 36도를 웃도는 가마솥더위가 열흘째 이어지면서 전력당국이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친 지난 한 주는 산업계 휴가가 몰린 덕분에 전력예비율이 안정적이었지만 휴가를 마친 산업계 제조라인이 가동을 시작하자 운영예비전력이 순식간에 낮아졌다.
산업계가 휴가에서 돌아오기 시작하는 6일부터 전력공급에 비상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지난주 고장으로 멈춰선 영광원전 6호기가 지난 4일 재가동했고 고리원전 1호기도 정지 5개월 만에 재가동했지만 빠르게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전력경보 주의단계가 내려지자 전력당국의 발 빠른 조치와 수요관리 시장으로 안정을 찾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대부분의 휴가가 끝나는 다음 주부터는 더 걱정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적도지역 기온보다 높은 폭염은 당분간 계속된다. 요 며칠 사이 한밤중에도 전력소비가 늘어나면서 일부 아파트 단지에 순간정전이 발생해 주민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전력당국은 발전설비를 풀가동하고 비상시 수요관리를 하면 지난해 9·15순환정전 같은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동참 없이는 불가능하다. 블랙아웃은 방심할 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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