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아프리카의 남단 희망봉이 위치한 남아공 케이프타운. 2년 전 월드컵 함성이 아직 생생하다. 지난 6월 이곳 국제회의센터에서 새로운 희망의 횃불이 타올랐다. 아프리카 각국 정보통신 장관 등 정보통신기술(ICT) 관계자 1000여명이 참석해 ICT로 지속 가능한 미래 발전전략을 수립하는 국제회의(ICT INDABA)가 처음으로 개최된 것이다. 이 회의에 초청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차오 사무차장은 대륙 간 해저광통신이 연결되고 모바일 이용이 보편화한 아프리카의 발전상을 보고 조만간 아시아 시대를 넘어 아프리카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해 큰 갈채를 받았다.
남아공 부통령은 ICT INDABA 기조연설에서 아프리카의 발전모델로 특히 한국을 강조하며, 1960년대 아프리카 적도 지역 가나와 나이지리아 수준이던 한국, 부존자원도 없는 한국이 불과 반세기 만에 ICT를 이용해 지식경제사회로 변모, 세계 10대 강국으로 부상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아프리카도 전략적인 ICT 인프라 구축과 활용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자고 주장했고, 한국의 성공 신화를 공유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기조연설과 장관 포럼에 초청해 협력 논의를 이어갔다.
ICT 관련 국제지표만 보면 이들이 한국에 주목하는 것은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 ITU 정보통신발전지수 1위, UN 전자정부 1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모바일 브로드밴드 1위 등 브로드밴드 강국 `ICT 코리아`는 각국 지도자에게 올림픽의 금메달이나 월드컵의 우승컵보다 훨씬 강력한 선망의 대상이다.
ICT INDABA처럼 개도국이 스스로 정보사회, 지식경제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된 큰 계기는 ITU와 UN이 공동주관한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WSIS)라고 할 수 있다. 국제 정보격차 해소와 세계 공동번영을 목표로 제1차는 2003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2차는 2005년 튀니지에서 개최됐다. 정상회의 결과를 이행하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WSIS포럼에서는 개도국에 유용한 성과를 공유하고 발전전략을 논의한다. 특히 5차연도인 2010년 WSIS+5포럼에는 `WSIS 및 MDG 목표를 행동으로`를 주제로 ITU,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등 국제기구와 ITU 회원국 정부, 기업체, 비정부기구(NGO) 등이 참가했다. 이들은 전통적인 통신 이슈뿐 아니라 전자정부, 원격의료, 재해대응, 정보보호 등 2015년 WSIS+10까지 달성하려는 성과지표 개발 등을 다양하게 논의했다.
150년 ITU 역사에서 아시아 두 번째로 우리나라 부산에서 개최되는 2014년 전권회의(PP-14)가 2년 앞으로 다가왔다. 국제사회에서는 WSIS+10 이후 단계의 발전전략 논의가 활발하며, ITU와 협력하는 UN 전문기구와 민간단체의 자발적 참여도 늘고 있다. 이제는 WSIS 원년과 달리 기술과 정책의 복합적 현안이 동시다발로 발생했다. 4세대 이동통신 도입, 디지털방송 전환, 주파수 분배 및 전환 정책, 시장 경쟁 및 망 중립성 등이 그것이다. ICT 코리아 글로벌 브랜드는 수혜국이 존경하는 국제사회 공여가 뒤따라야 유지된다. 부산 ITU전권회의를 계기로 ICT 국제개발협력을 동반자적 협력관계로 선진화하고, 성과 공유 이니셔티브와 협력 파트너십도 제시해야 한다. 그러면 저 멀리 아프리카 적도지역 주민도 ICT 코리아를 가슴 깊이 간직할 것이다.
서보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그룹장 seo@kis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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