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됐던 일이다. 지식경제부가 지난 5월 전국 테크노파크에 기획 감사를 벌인 후 대구테크노파크(대구TP)가 후폭풍을 맞았다.
대구TP 산하센터인 모바일융합센터장이 비리 혐의로 면직 조치되고, 대구TP 원장은 도덕적 책임을 지고 기관장 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대구시는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산하센터 연구수당과 법인카드 부당집행은 전액 환수 조치한다. 부패근절을 위해 지난달 말부터 감사에 착수했다. 대구시는 9월까지 벌일 감사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것 외에 새로운 부정이 밝혀지면 관련자를 엄중 문책할 계획이다.
뒤늦게 부산을 떨어보지만 엄이도종(掩耳盜鐘)이다. `나쁜 일을 하고도 비난이 듣기 싫어 자기 귀를 막지만 그래봐야 소용없다`는 말이다. 대구시는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대구TP 비리와 관리시스템 부실 건은 시한폭탄 같은 존재였다. 원장과 산하 센터장 선임을 놓고도 늘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공정한 선임 절차를 거쳤다고 하지만 “누구는 능력이 부족한데도 `윗분`의 입김으로 자리에 앉았다”거나 “누구는 인사권자에게 로비를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관리부실과 비리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나는 이를 지켜보는 `입김 센` 윗분의 심정은 어떨까. 내 잘못이 아니라고 귀를 막고 떳떳한 척 해보지만 자신을 속일 수는 없는 일이다.
대구시는 심층 감사를 하고 대구TP도 조만간 대대적 쇄신책을 내놓겠다고 한다.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야무지게 고쳐볼 심산이다.
지켜봐야겠지만 공석이 된 원장과 센터장의 선임 과정이 과거처럼 외부 입김에 좌우되는 판이 되어선 곤란하다. 자신을 뽑아준 사람의 눈치만 보고 기업 지원은 뒷전인 인사가 와서는 더 이상 대구TP의 미래는 없다.
공정한 절차를 거쳐 능력 있는 인사를 뽑아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까지의 업무 공백을 메울 수 있고, 묵묵히 일해온 직원들의 사기도 되살릴 수 있다.
정재훈 전국취재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