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거품론이 다시 불거졌다. 실적 발표 시기를 맞아 SNS 업체들이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내놓으며 주가가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초 `닷컴 버블`과 닮아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뉴욕타임스, 로이터 등 외신은 30일 SNS 붐을 일으켰던 일부 기업들이 주가가 급락하면서 닷컴 버블 붕괴를 연상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셜게임업체 징가는 지난 27일(현지시각) 기준 주가가 공모가 보다 68% 하락한 3.15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루폰은 공모가가 20달러에 달해 촉망받는 기업이었지만 현재 7.15달러에 머물고 있다. 판도라미디어 역시 16달러였던 공모가가 10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SNS뿐만 아니라 증시 전체 상승세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를 받았던 페이스북은 더욱 초라하다. 38달러였던 공모가가 지난 주 실적을 공개한 이후 23달러로 폭락했다.
이들 기업이 부진한 가장 주된 이유는 이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는 평가 때문이다. 징가는 주 수입원인 가상아이템 매출이 예상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다 모바일 게임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산관리운용사 데스티네이션 웰스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요시카미 창업주는 “높은 가치를 가진 기업들이 향후 어떤 식으로 탄탄한 비즈니스를 유지해나갈 지 알 수 없다”며 “포트폴리오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투자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외신들은 이번 사태가 2000년대 닷컴 버블 당시와 비슷한 이유를 두 가지로 들었다. 우선 주주들이 주식을 보유하기보다는 현금화하는 데 더 큰 관심을 쏟고 있다는 지적이다. 페이스북에 투자한 악셀파트너스와 기관투자자는 IPO 직후 8000만주를 팔았다. 마크 핀커스 징가 CEO는 올해 초 주가가 12달러에 다다른 즈음 50억달러 규모의 1600만주 주식을 내다팔았다.
벤처기업에 대거 유입되던 자금줄이 마르고 IT기업들이 서로 비난과 맞고소를 일삼은 행태도 비슷하다. 페이스북의 경우 올해만 야후, 마이텔네트웍스와 포털서비스업체 AOL 등 3곳에서 특허 침해로 고소를 당했다. 이들 모두 페이스북에 거액의 사용료를 요구하고 나서자 페이스북도 맞고소를 준비하는 등 복잡한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구글이나 애플 등이 건재한 만큼 지난 2000년과 같은 닷컴 버블 붕괴는 없을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다. 일부 벤처캐피털 업체는 최근 수개월 동안 펀드를 크게 확대했다. 뉴엔터프라이즈어소시에이츠는 지난주 펀드를 26억달러(약 2조9000억원)로 증액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벤처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표] 주요 SNS 기업 공모가 vs 현재 주가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