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1의 리소그래피(노광) 장비제조기업 ASML로부터 지분투자 및 차세대 반도체 장비 공동 연구개발 등의 제안을 받은 삼성전자가 이를 수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ASML 지분투자 규모와 구체적인 연구개발 내용을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이미 ASML에 대규모 투자(41억달러)를 결정한 인텔에 이어 삼성전자도 450㎜ 웨이퍼용 극자외선(EUV) 노광기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같은 제안을 받았던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는 지분투자는 하지 않는 대신 450㎜ EUV 공동 개발에만 참여하기로 해 주목된다. ASML 지분 10%를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인수하는 것이 유력해졌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도 ASML 지분 인수에 나서면서 2조원이 넘는 `빅딜`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 달 ASML 투자 여부를 최종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투자 규모와 자금 집행 시기 등의 변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삼성전자도 ASML과 손을 잡는다는 방침”이라며 “다음 달 중순까지는 어떻게든 투자 관련 협상을 끝낼 것”이라고 전했다.
모리스 장 TSMC 회장은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ASML의 차세대 반도체 장비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지만 `출자`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ASML이 삼성전자와 TSMC에 제안한 지분 투자 및 공동 연구개발 자금 규모는 총 28억달러에 달한다. 지분 10% 인수에 소요되는 21억달러 및 향후 5년간 차세대 장비 공동 연구개발 자금 7억달러 등이다.
TSMC가 ASML 지분 인수에 참여하지 않는 배경은 인텔과 삼성전자 경쟁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파운드리(수탁생산) 사업 특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ASML에 대한 협상력이 TSMC에 비해 삼성전자가 훨씬 강하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ASML 노광 장비의 최대 고객사이자,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 투자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의중이 더 크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450㎜ 팹과 10나노급 미세공정 등 차세대 투자 여력에서 삼성전자가 TSMC보다 앞서는 것은 사실”이라며 “삼성전자 투자 규모에 따라 TSMC의 참여 정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ASML 지분 투자에 나서게 되면 2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로 차세대 공정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UV 노광장비에 이어 연관 장비를 순차적으로 개발, 늦어도 2015년께에는 450㎜ 파일럿 팹(fab)을 구축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외부 거래처 관련 사안은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