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에 창업 열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3일 KAIST 창업보육센터에 따르면 2009년 2건에 불과했던 학생(졸업생·재학생) 창업이 지난해 31건으로 무려 15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중 재학생 창업이 27건으로 전체의 90%에 달한다. KAIST가 창업보육사업을 시행한 지 18년 만에 최고치다.
올해 들어서도 재학생 창업 기업이 5개나 신설됐다. 버닛버닛, 앤컨, 창조캠퍼스, 리얼 드림 에듀, 애딕션이 스타트업 기업 대열에 올랐다.
KAIST는 하반기에 창업을 준비 중인 예비 창업자들을 포함하면 올 연말까지 창업기업이 모두 20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창업보육시스템 개편했더니…”=KAIST의 최근 창업 열기는 학교의 적극적인 학생 창업 지원 정책이 한몫했다. KAIST는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불어닥친 벤처 열풍으로 한때 학생 창업이 9건에 달했으나, 이후 급격히 줄어들어 2008년에는 창업 기업이 단 한개에 그치는 등 학생 창업이 다른 대학에 비해 크게 저조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이공계 우수 인력이지만 창업보다 취업에 관심이 많았고, 당시 열악한 학내 창업 제도 역시 창업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KAIST는 이러한 대내외 지적과 문제점을 인식해 최근 2년간 학내 창업제도 개선에 팔을 걷어붙였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에 주력했다.
`E5 카이스트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예비 창업자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창업 시뮬레이션을 거쳐 회사를 설립하기까지 각종 지원을 통해 기업가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창업 오디션, 타 대학서 벤치마킹=KAIST는 올해 처음으로 오디션을 통해 11개팀을 선정했으며, 연내 최종 3팀을 선정해 사업화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국내 다른 대학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KAIST는 그간 국비 장학생 및 KAIST 장학생의 창업을 제한하던 교내 규정을 개정, 학부생 및 석사 과정 재학생에게도 창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창업공간(33㎡)을 1년간 무상 지원하고, 2년차 창업자에게는 50%를 지원해주고 있다. 시제품 제작을 위한 생산집적시설 공간 무료제공, 동문 CEO를 통한 멘토링 프로그램, 기업역량강화 교육 프로그램도 개설했다.
KAIST는 또 정부가 시행 중인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유치해 창업 불씨 지피기에 나섰다. 중소기업청의 `예비창업자육성사업`과 `연구원특화창업지원사업`, 고용노동부의 `창조캠퍼스 지원사업` 등을 유치해 학생들이 기업가정신을 함양하고, 창업에 필요한 단계적 지원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히든 챔피언 양성=KAIST 창업 보육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글로벌 기업 육성이다. 이를 위해 KAIST는 이달부터 싱가포르 국립대 등 해외 유명 이공계 대학 학생들이 참여하는 여름학기 창업실전 과정을 도입, 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키고 글로벌 리더십 역량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이 프로그램은 강의, 실습, 세미나, 특강, 문화 탐방으로 구성돼 전주기적으로 전문화된 창업교육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중기청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글로벌 예비기술창업자 육성사업`을 통해 글로벌 창업자 롤모델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윤준호 KAIST 창업보육센터장은 “기존 창업보육시스템을 개선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창업지원과제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학내 창업이 예전에 비해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며 “이들 창업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창업지원시스템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재학생 및 졸업생 창업현황
자료 : KAIST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