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 초일류 꿈꾼다]한국이 이룬 것과 이룰 것

한국이 기술 종주국은 아니지만 그동안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보여준 저력은 아무리 칭송해도 지나치지 않다. LCD TV를 가장 먼저 개발한 것은 지난 1988년 일본 샤프였다. 하지만 LCD의 한계를 깬 것은 우리나라다. 삼성이 지난 2001년, 당시 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40인치 대면적 LCD TV를 내놓은 것이다. 전자의 이동 속도로 인해 30인치 이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한국은 이를 깨고 대면적 시대를 열었다.

AM OLED도 마찬가지다. AM OLED TV를 처음 세계 시장에 출시한 것은 일본의 소니였다. 지난 2007년 소니는 세계 최초로 11인치 AM OLED TV를 출시했으나, 시장을 만들어 내는데는 실패했다.

그 즈음 삼성SDI(현 삼성디스플레이)가 2.2인치 AM OLED 패널 대량 양산에 들어가면서 시장을 창출했다. 결국 삼성디스플레이는 과감한 양산 투자에 나선 덕분에 AM OLED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다. 또한 지금까지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55인치 AM OLED 대면적 시대를 연 것도 한국이다.

이밖에 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업적들이 무궁무진하다. 해상도를 끌어올리는 것도 우리나라가 앞장섰다. 현재 양산품 중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329ppi(인치당픽셀수) LCD가 최고의 해상도를 자랑한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풀HD 5인치 패널을 개발하기도 했다. 해상도가 무려 441ppi에 이른다.

성과는 과거 일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이 앞으로 이룩할 `사건`도 많다는 뜻이다. AM OLED TV에 이어 국내 업계는 또 다른 형태의 새로운 디스플레이를 개발 중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것 중 하나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다. 플라스틱 기판을 이용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올 연말이면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리 대신 플라스틱 기판을 이용한 6인치 전자종이는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바 있다.

AM OLED TV와 플렉시블 기술이 향상되면 TV의 형태도 변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과 LG는 차세대 TV의 모습 중 하나로 곡면 패널을 손꼽고 있다. 새로운 인테리어를 구현할 수 있고 대형 화면도 보다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투명 디스플레이 시장 역시 한국이 먼저 개척하고 있다. 전시관이나 디지털 사이니지 용으로 삼성디스플레이가 투명 디스플레이를 유일하게 생산 중이다. 투명 디스플레이는 매장의 쇼윈도 등에 채택되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