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대선과 총선 등 선거 때마다 유권자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다양한 포퓰리즘 공약을 제시해 왔다.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개원한 제 19대 국회는 이 같은 양상이 어느 해보다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을 앞둔 만큼 대선용 공약이 앞다퉈 나올 것이 뻔하다. 19대 국회는 이전 국회와 달리 다양한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합리적 의사결정으로 존경받는 국회로 기록돼야 한다. 전자신문은 이에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물론이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이동통신 요금과 망 공존, 거버넌스 등 주요 현안에 대해 19대 국회가 나아갈 바를 4회에 걸쳐 게재한다.
오는 12월 대선 전초전으로 치뤄진 지난 4·11 총선에서 여야는 이동통신 요금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선을 앞두고 여당과 야당이 경쟁적으로 이동통신 요금 인하에 앞장설 분위기다.
지난 2000년 국회의원 선거 이후 이동통신 등 통신요금 인하는 선거의 핵심 공약으로 빠지지 않았다. 2007년에는 사상 최초로 통신요금 20% 인하가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제시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통사업자간 자율경쟁이라는 시장기능이 상실된 지 오래다.
이통사업자는 “지난 2000년 선거 공약에 의해 강제적으로 요금을 인하한 이후 사업자 간 경쟁을 통해 요금을 인하한 사례는 전무하다”고 하소연했다.
정치권은 그동안 서민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이동통신 등 통신요금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이후 공공요금과 생활필수품 중 유일하게 하락한 것은 이동통신요금이 유일하다. 이동통신 요금은 34% 하락한 반면에 소비자물가 지수와 생활물가지수는 가각 46%, 55% 급상승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정치권은 기본료와 가입비, 통화료와 달리 결합할인, 데이터 무제한 이용에서 얻는 실질적 혜택을 외면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07년 기준으로 집전화와 초고속인터넷, IPTV를 개별적으로 가입하면 총금액은 6만200원이다. 하지만 2012년 현재 결합상품 요금은 3만5000원에 불과하다. 42%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지난 4년간 기본료 등 음성통화뿐만 아니라 데이터요금, 취약계층 요금인하, 망내무료, 결합할인 등 20차례의 이동전화 요금인하 조치를 통해 최소 11조6000억원 규모의 요금인하가 이뤄졌다는 사실도 외면했다.
지속적인 요금인하에도 가계통신비 지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단말가격의 과도한 인상과 콘텐츠 이용료(이러닝, 음악, 소액결제 등)의 인상에 기인한다.
최근 5년간 통신사업자가 가입자에 받는 통신비(ARPU)는 10% 이상 감소한 반면에 단말기 가격은 제조사장려금 거품이 공급가의 40%나 차지하면서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치권의 이통 요금에 대한 몰이해와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다.
반복적인 요금인하로 이통사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적극적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통사는 요금인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선진국 평균 대비 11% 이상 투자를 지속했다.
하지만 향후 3년내 무선데이터 트래픽이 5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대비한 LTE 전국망 구축에 통신 3사가 2012년에만 약 8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나 투자재원 확보전망은 불투명하다.
19대 국회가 이통요금 인하에 매달리기보다 스마트시대 IT강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준비에 온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자칫 이통 요금의 인위적 인하는 미래에 대한 준비를 어렵게 하고, 한국 IT산업을 퇴조시킬 수 있다.
서민의 가계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이통 요금에 대한 천착이 선행돼야 한다. 필요 이상으로 강제하게 되면 부작용과 휴유증을 초래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하다.
전문가들은 “이통요금의 인위적 인하는 혁신과 성장 엔진을 꺼뜨리고 스마트 시대의 안정적인 이통 서비스 제공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통 요금 인하 추이(2008년~2011년)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