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거래대금 반토막에 서머 랠리 기대감도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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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시장에 유동성이 자취를 감췄다. 증시 투자 심리를 나타내는 거래대금이 급감했다. 이달 들어 일평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4조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올해 들어 최고 거래대금을 기록한 지난 2월 2일 8조7759억원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당초 그리스 사태 이후 안도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불안감으로 바뀌면서 서머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사그라졌다.

27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리스가 연정 구성에 성공하면서 유로존에 남게 된 이후에도 거래량은 줄고 있다. 지난 26일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3조5845억원으로 4조원을 밑돌았다. 지난 5월 기록한 연중 최저치 3조3000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코스닥 거래대금은 이보다 심각하다. 개인투자자 거래가 줄면서 일평균 거래대금이 1조5000억원으로 떨어졌다. 지난 2월 고점(3조8000억원) 대비 70%가량 감소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최근 거래량 급감에 대해 그리스 사태는 다소 안정을 찾았지만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잦아들지 않고 있는 점을 직접 원인으로 꼽았다. 경기 성장 속도가 둔화하면서 외국인과 기관 모두 위험자산인 주식비중을 줄이는 것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주식시장에서 4700억원, 지난달을 포함하면 4조4913억원을 팔아치웠다. 그러면서 증시 자금은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과 MMF, ELS 등으로 옮아갔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유로존 잔존이 확실시되지만 유로존 재정위기가 본질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며 “재정위기가 시간이 흐를수록 만성질환으로 받아들여지면서 투자자들이 경기지표 부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도세를 보이는 것도 신흥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럽 경제 성장 둔화는 이 지역에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브릭스 등은 물론이고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며 “투자자들은 이에 맞춰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내부적인 요인으로는 기업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화물연대 파업에 이어 현대차 파업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됐다.

당장 어려움을 겪는 곳은 증권·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다.

거래량 실종은 증권사의 주력 수익원인 중계수수료 급감과 함께 상장과 인수 등 증권사 투자은행(IB)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유동성 급감은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이 있겠지만 지나친 규제도 한몫하고 있다”며 “시장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나 당국이 규제 수위를 낮추는 전향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