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각) 핀란드 수도 헬싱키 중앙역 상가. 헬싱키 전체에 하나뿐인 로비오 직영 `앵그리 버드` 기념품 판매점에 들렀을 때 뜻밖의 광경을 목격했다. 매장 한가운데 삼성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10여대가 전시돼 있었다. 다른 브랜드 제품은 없었다.
이 매장 판매 직원인 소피아는 “방문 고객이 앵그리 버드 모바일 게임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본사에서 삼성 제품을 설치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핀란드의 새 국민기업으로 떠오른 로비오가 수도 한복판에서 노키아 대신 삼성을 선택한 것이다.
노키아의 본고장 핀란드에 삼성 바람이 거세다. 길거리와 지하철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피처폰을 쓰던 시절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핀란드에서 삼성 휴대폰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년 전부터다. 노키아가 옛 영광에 도취돼 자기혁신에 게으름을 피운 사이 삼성은 고정관념을 깬 디자인과 기능의 스마트폰으로 공세를 시작한 것이다. `갤럭시S`가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 상륙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핀란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 점유율은 2010년 3분기 기준 3%에서 올 1분기 28%까지 치솟았다. 반면에 같은 기간 노키아 점유율은 76%에서 41%로 급락했다.
지난달 29일부터 `갤럭시S3`가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추세는 더 확대될 것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날 둘러본 현지 휴대폰 판매점에서 갤럭시S3 인기는 확연했다. 중앙역에 위치한 휴대폰 판매점 `엘리사` 직원은 “정확한 판매 숫자를 밝히긴 어렵지만 고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보이며 “나도 갤럭시S3를 쓴다”고 자랑했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하카니에미 광장 부근 휴대폰 판매점 카우파(KAUPPA) 직원 티미는 “갤럭시S3가 오늘 기록적인 판매고를 보였다”면서 “삼성 제품은 평소에도 매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 매장에선 삼성과 노키아 제품 외엔 팔지도 않았다. 그는 “일을 하는 데에는 루미아900이 낫지만 개인이 사용하기에는 갤럭시S3가 강력하고 스펙도 괴물 스펙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대대적 홍보전도 인기에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였다. 시내 주요 휴대폰 판매점은 모두 갤럭시S3 광고로 도배가 돼 있었다. 이 날 현지 최대 일간지 `헬싱키 사노마트` 1면에는 갤럭시S3 광고가 장식했다. 마케팅 물량 공세가 줄어들더라도 삼성 휴대폰 열풍이 얼마나 지속될지 궁금했다.
헬싱키(핀란드)=
핀란드 스마트폰시장 기업별 점유율(단위 %)
자료: IDC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