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4년내 1기가급 국산 CPU를 개발해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의 외산 의존도를 낮추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최근 전자부품연구원(KETI)과 함께 국산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성공한 권기홍 에이디칩스 사장. 그는 이미 개발해 놓은 전자제품용 CPU를 조만간 중국 시장에 안착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그런 뒤 4년내 1기가급 CPU를 만들고 싶다는 야심찬 포부다. 1기가급 CPU는 현재 아이폰 등 최첨단 스마트폰에 쓰이는 제품이다.
권 사장은 “ARM 코어를 기반으로 한 국산 CPU는 있지만 아키텍처부터 독자적으로 정의한 CPU는 드물다”며 “지금의 CPU로 사업 저변을 확대하는 동시에 미래 먹을거리가 될 새로운 아키텍처를 발명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에이디칩스가 보유중인 CPU코어 기술인 `EISC`는 인텔과 애플의 기술에서 장점만 차용했다. 현재 국내 팹리스들과 중국 기업들이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고 자사 반도체 설계에 적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중장기적으로 중국 등 해외 사업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앞서 작년말에는 중국 파운드리 업체인 CSMC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기도 했다. 중국 시장에서 팔리는 TV·냉장고·세탁기·청소기 등 가전제품부터 모바일기기, 완구까지 에이디칩스의 CPU가 쓰일 수 있다.
권 사장은 지난 1980년대 후반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전자에 입사하면서 반도체 설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아남전자를 거쳐 지난 1998년 에이디칩스를 창업했다. 그는 자신을 `평생을 반도체 설계에 바친 전자공학도`라고 소개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반도체로 평생 먹고 살았으니 반도체 산업을 위해 뭔가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라이선스 비용으로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부르는 외국 기업들을 보면서 창업을 결심했고, 그 결실이 EISC입니다.”
그는 `한국판` ARM이 되겠다는 목표다. 현재 CPU 코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ARM은 권 사장에게 거대한 경쟁사이자 벤치마킹 모델이기도 하다. ARM은 영국 캠브릿지 대학에서 작은 벤처 기업으로 시작했지만 정작 본국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투자를 받은 뒤 이후 CDMA 기반의 CPU를 피처폰 등에 공급하면서 성장 가도를 달렸다.
권 사장은 “비록 시작은 미미하지만 반도체 후배들이 국산 CPU를 잘 키워서 한국에도 ARM과 같은 기업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보람된 엔지니어의 삶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