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교과서에서 시조새 삭제는 절차의 문제가 있습니다. 교과서 진화론 개정추진회(교진추)에서 낸 수정 청원서를 살펴보면 과학논문 내용 중 필요한 부분만 인용해 짜깁기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회원으로 국내 대표 진화학자 가운데 한 명인 강형련 경상대 교수(의학과)는 “교진추의 청원서 내용은 사실을 왜곡했을 뿐 아니라 교과서 수정 절차에도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교진추가 교과부에 수정 청원서를 제출하기 전에 교육과학기술부에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해 사전에 청원서 내용을 입수했으며, 관련 내용을 가장 먼저 인터넷에 공개했다”고 밝혔다.
교진추의 청원서가 왜곡된 것과 관련해 강 교수는 1984년 독일시조새학회에서 발표된 논문을 일례로 들었다. 강 교수는 “당시 독일시조새학회에서는 `시조새는 날 수 있는 완전한 새이며 공룡에서 유래된 생물`이라며 시조새가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 단계임을 분명히 밝혔는데, 교진추는 앞문장인 `시조새가 날 수 있는 완전한 새`라는 것만 인용해 진화론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진추에서 화석기록에 시조새를 포함해 어떤 중간종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청원서도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국내는 파충류와 조류 중간단계를 연구하는 화석전문가나 관련분야 연구자가 많지 않지만 해외는 시조새와 같은 중간단계 생물에 대한 연구와 논문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강 교수는 “해외는 시조새뿐 아니라 말이나 인류의 진화계통 연구가 활발하고 진화론을 부정할 수 없는 중간화석 발견과 논문 등 수많은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교진추의 구성원 중에도 생물학자들이 있지만 그들 대부분은 종교적인 이유로 진화론의 진실에 눈을 감고 있다는 주장이다.
강 교수는 “교진추의 시조새 삭제는 성경에 반하는 진화론을 교과서에서 완전히 삭제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변했다. 교진추가 일차적으로 시조새 부분을 삭제한 뒤 말과 인류의 진화론 부분까지 교과서에서 완전히 몰아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진화론에 대해 일반인이나 과학자가 침묵을 지킨 이유는 독도영유권 논란처럼 창조론에 반응하면 또 하나의 논란이 될 것으로 우려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과학교과서 개편과 관련해 전문가 포럼과 학회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강 교수는 “교과서에 수록된 시조새나 말, 인류 진화계통에 대한 데이터는 20년 전에 수록한 것”이라며 “진화론에 대한 수많은 연구 성과가 나온 만큼 포럼과 학회를 통해 새롭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