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기획]생활 속 작은 실천…`고효율제품 사용에서부터`

낮 기온이 30℃를 오르내리면서 전력 공급 안정성 문제가 화두다. 계절을 가리지 않는 전력피크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전력예비율이 7% 수준으로 급증하는 전력 소비를 감안하면 9·15정전사태와 같은 비상상황이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발전소 건립 등 당장 공급을 확대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은 전력난 문제를 소비 측면에서 조명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최근 세계가 에너지 절약 및 효율향상에 주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U, 미국, 일본 등이 장기적인 에너지절약 및 원단위 향상 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06년 대비 에너지원단위 47% 향상이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세웠다.

◇다섯 번째 에너지 `절약`=지난 몇 년 동안 세계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혼란으로 촉발된 고유가 사태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으며 에너지 수급 불안이라는 유탄을 맞았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9·15 정전사태 이후 에너지공급 신뢰성 개선을 위해 에너지믹스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여전히 석유·전력 등 국내 에너지소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 증가율은 2.7%로 제자리 걸음을 보이고 있는 일본·독일·미국보다 월등히 높다.

이에 반해 발전소 등 전력 공급원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대규모 기저 발전원인 원자력, 화력 발전소 건립에 따른 시간·비용은 막대하고 사회적 합의도 쉽지 않다. 최근 이상기온으로 인한 전력소비 급증으로 예상하지 못한 전력피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다.

해결책은 에너지절약, 효율 향상을 통한 에너지 저소비 사회로의 전환이다. 에너지절약은 석유·가스 등 주요 에너지자원의 소비를 줄일 수 있어 제5의 에너지로 불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IEA 450 정책 시나리오에서 2020년 세계 온실가스 감축량의 71%, 2035년에는 50%가량을 에너지효율 향상이 담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2050년 기준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수단에서 에너지절약은 36%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21%를 차지하는 신재생에너지보다 높은 비중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은 기술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반면 에너지절약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경제적 이익과 온실가스 배출을 방지할 수 있어 비용 효과적인 측면에서 최선의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놀라운 고효율 효과=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사용이 편리한 전기에너지 소비는 늘어난다. 에너지절약을 위해 개인의 편의를 포기하는 생활습관을 강요하기 어려운 이유다.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에너지 소비기기·설비의 효율을 높이고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잠재량에서 기기〃설비(조명 포함)부문 비중은 45%에 달한다. 기기〃설비의 에너지 효율향상 정책 수행이 가장 실질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다.

일례로 삼상유도전동기(산업용 모터)는 단일기기로 국가전력량의 40%를 차지한다. 삼상유도전동기의 효율을 개선하면 국가 전체 에너지 소비를 상당 부문 줄일 수 있다. 또한 백열전구와 일반조명을 퇴출하고 안정기내장형램프와 LED조명 보급으로 국가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조명이 차지하는 비중을 20%에서 7%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각 가정에서 냉·난방 온도를 2도 줄일 경우 월 평균 532원을 절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2500만 가구로 환산하면 133억원이 절약되고, 1년이면 1590억원의 전기료를 아낄 수 있는 셈이다. 또한 대기전력으로 낭비되는 에너지는 전체 가정에너지의 10%에 해당하며 국가 전체 가구 수의 대기전력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5000억원에 해당한다.

◇정부·산업계·민간 공동노력 필요=고효율 제품 개발과 소비가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산업계·민간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에너지 효율 향상의 중요한 수단인 고효율기기 보급을 위해 현재 운영 중인 에너지소비 효율 등급제, 대기전력 저감 프로그램, 고효율에너지 기자재 인증제의 기준을 강화하고 품목 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고효율광원인 LED램프 4개 품목을 고효율 기자재 인증품목에 신규 추가했고 에너지소비 비중이 높은 창호, 변압기, TV는 효율등급제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고효율기기 보급을 위해 자금융자·세제 지원, 공공기관 의무화, 정부 조달 시 우선구매 등의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

LED 램프, 인버터, 냉동기 등은 전력기반기금을 활용해 올해 500억원의 설치보조금을 지원하고 내년에는 프리미엄 전동기, 대기전력 자동차단장치, 전력저장장치(ESS) 등으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산업계 또한 정부가 추진한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 대기전력저감프로그램, 고효율에너지기자재인증제에 발맞춰 기기·설비 효율 향상에 주력해 왔다.

가정에서 전력소비 비중이 21%에 달하는 냉장고 1리터의 연간소비전력량(연간 ㎾h/L)은 1996년 1.750에서 2010년 0.719로 14년 동안 59% 줄어들었다. 일반 세탁기 표준세탁용량 1kg당 소비전력량(Wh/㎏)은 2004년 14.96에서 2010년 11.72로 6년 만에 22%가 감소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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