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105>`덤`과 `담` 그리고 `둠`

맨손으로 세상에 왔기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덤`이다. 제 값어치 외에 거저로 조금 더 얹어 주는 일이나 그런 물건을 `덤`이라고 한다. `덤`으로 얻은 물건에 감사 표시를 `담에(다음에)` 하겠다고 미루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담`이 생기고 급기야 `담`에 걸릴 수도 있다. 내가 조금 손해 본다는 기분으로 덤으로 몇 개 더 주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도 편안해질 것이다.

적자생존에는 본래 뜻 이외에 두 가지 의미가 더 있다. 먼저, 적자생존은 적는 자만이 생존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둘째, 적자생존은 대인관계에서 내가 조금 적자를 본다고 생각하면 더 오래가는 생존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덤으로 몇 개 더 준 것을 지금 당장은 손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덤으로 받은 사람이 감사 표시로 다음에 단골고객으로 바뀔 수도 있고 더 많은 물건을 살 수도 있지 않은가. `덤`으로 받은 것을 어디에 가져다 두지 말고 다른 사람과 나누는 미덕을 발휘하면 `덤`의 가치는 배가될 것이다.

특별한 감정의 동요 없이 그저 예사롭다고 생각하거나, 말할 자리에서 어떤 말이나 반응 없이 조용하고 무표정한 것을 덤덤하다고 표현한다. 예를 들면 `그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보고도 덤덤한 표정이었다`거나 `그는 성적이 많이 떨어졌는데도 덤덤한 모양이었다`고 말할 때다.

덤덤함의 정도가 지나치면 무덤덤해진다. 마음에 아무 느낌이 없이 예사롭다고 생각할 때 무덤덤하다는 말을 쓴다. 예를 들면 `그녀는 내 말에 의외로 무덤덤했다`고 쓴다. `덤`은 공짜로 더 받은 것이기에 어디에 두고 혼자 즐기는 `둠`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나누는 즐거움의 원천으로 작용해야 한다. `덤`이 `둠`으로 바뀌면 `담`으로도 바뀔 수 있다. `둠`에 소유욕이 생기기 시작하면 소유하고 있는 `둠`을 지키기 위해 `담`을 쌓고 보호하고 유지하려는 쓸데없는 욕망이 생길 수도 있다. `담` 쌓고 살지 말고 `덤`으로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면서 매사에 감사하자. `담` 쌓고 살면서 자기 것만 챙기려는 극단적 이기주의로 살다가는 `담`에 걸려 심각한 통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담`을 쌓다가 `담`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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