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 31일 한일 월드컵 개막식이 열린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세계 축구팬 수십억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휴대폰을 든 `디지털 메신저` 10여명이 관람석을 돌며 관객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당시 비동기 IMT2000으로 불렸던 3세대(G)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서비스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10년. WCDMA는 음성통화 일변도였던 국내 통신 시장을 데이터 중심으로 바꿔 놓고 롱텀에벌루션(LTE)은 진정한 데이터통신 시대의 문을 열어 젖히며 새로운 4G시대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WCDMA 10년=31일 WCDMA 서비스가 우리나라에 첫 모습을 드러낸지 지 10년을 맞는다.
KT아이컴(현 KT)이 2002년 월드컵 개막식에서 LG전자 휴대폰으로 WCDMA 서비스를 국내 처음 시연했다.
그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영상통화 시연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해외에도 생중계됐다. 2G 시장에서 CDMA 신화를 일궈낸 우리 기술력이 3G에서도 빛나는 순간이었다.
기대와 달리 기술과 시장은 같이 움직이지 않았다. 통신사업자 후속 투자는 더뎠다. 상용서비스는 2003년 말에나 시작됐다. 2005년 6월 말 WCDMA 가입자는 고작 3000여명에 불과했다.
분위기는 KT아이컴과 합병한 2위 사업자 KTF가 `쇼`를 앞세워 공격적인 3G 마케팅에 나서면서 바뀌었다.
2007년 봄 전국망이 갖춰졌다. 사업자가 경쟁하니 가입자는 빠르게 늘었다. 그 해 6월 가입자 100만 돌파를 기점으로 통신 시장은 WCDMA 중심으로 바뀌어 나갔다.
2012년 3월 말 현재 WCDMA 가입자는 3500만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70%가 WCDMA 이용자다.
◇글로벌화 발판=WCDMA 도입은 우리나라 통신산업이 진정한 글로벌화를 이루는 발판이 됐다. 북미와 신흥시장 중심으로 벌였던 2G CDMA 산업이 유럽 구 GSM(2G서비스) 시장을 아우르는 3G WCDMA 산업으로 확대됐다.
쓰던 단말기 그대로 해외에서 사용 가능한 글로벌 로밍을 비롯해 다양한 신규 서비스가 등장했다. 2009년 국내에 출시돼 스마트 열풍을 촉발한 `아이폰`도 WCDMA폰이다.
2010년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출시도 WCDMA 시장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부작용도 있었지만 이를 계기로 데이터 중심 통신 이용환경이 정착됐다.
휴대폰 산업도 발전했다. 2G 시절 GSM폰이 주를 이룬 유럽에서 힘든 싸움을 벌였던 국내 휴대폰 업체는 3G WCDMA에 적극 대응해 글로벌 업체 입지를 굳혔다.
◇LTE로 세대 교체=통신 시장은 WCDMA 도입 10년 만에 4G LTE로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7월 LTE 상용화 이후 1년도 채 안돼 전국망이 갖춰졌다. 가입자는 이미 500만을 넘어섰다. WCDMA 전용폰은 신제품을 찾기 힘들 정도다.
과거 WCDMA가 상용화 후 3년이 지난 뒤에야 가입자 100만을 돌파했던 것과 견줘보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다.
WCDMA와 LTE 시장 모두 후발 사업자 주도로 움직인 것이 공통점이다. 2위 사업자 KTF의 대공세가 WCDMA 활성화 시발점이 된 것처럼 LTE도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의 반격이 변화를 이끌었다.
휴대폰 업계는 LTE 총력전에 돌입했다.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LTE를 도입하는 국내 시장은 휴대폰 업체에겐 중요한 터전이다. 팬택은 아예 LTE폰 올인 전략을 선언했다.
채정호 KT 개인고객부문 상무는 “WCDMA 도입 이후 국내 통신시장이 데이터 중심으로 재편되고 세계화도 이뤄졌다”며 “LTE 시대에도 좋은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방송통신위원회·KT·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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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