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강국들, 자국 기업 유턴 투자 유치에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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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논은 최근 일본 오이타에 렌즈교환식 디지털 카메라 생산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완전 자동화 생산라인을 구축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캐논의 신공장 투자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유턴 투자 유치 노력이 있다. 완제품 조립공장을 자국에 유치해 경쟁력을 갖춘 소재·부품 기업을 붙잡아 핵심 기술을 지키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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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 대통령은 올 초 중국에서 미국으로 유턴한 자물쇠업체 마스터록을 방문해 일자리를 다시 가져온 자랑스러운 사례로 칭찬했다. 며칠 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체들이 유턴 투자할 수 있도록 설비투자를 현금으로 지원하고,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정책 개편안을 발표했다.

제조업 강국들이 자국 기업 유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인건비 상승·규제 강화 등으로 중국 내 투자 환경이 나빠지면서 자국으로 생산 라인을 철수하려는 글로벌 기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는 세제 혜택뿐 아니라 설비투자 및 연구개발(R&D) 지원 등 당근을 내걸고 자국 기업 끌어안기에 안간힘을 쓴다.

지식경제부가 24일 업종별 유턴기업 태스크포스(TF) 출범을 위한 회의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발표한 국내 기업의 유턴 투자 유도에 대한 지원 정책의 후속 조치다.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기회로 국내 투자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경제자유구역 관련 규제 완화와 부품소재 전용공단을 추가 지정도 추진 중이다. 일본은 대지진 피해를 본 동일본 지역을 부흥 특구로 지정하고 유턴 투자 기업에 특혜를 제공할 계획이다. 일본은 유턴 투자에 관한 지원 정책이 없었지만, 지진 사태로 자국 소재 기업이 한국으로 이탈하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일본 게이단렌은 엔고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국내 투자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제안했다. 일본 정부는 환율 개입까지 불사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캐논이 오이타 공장에 디지털카메라 공장 투자를 발화점으로 도요타·혼다 등도 자국 내 신공장 설립을 추진했다.

미국은 해외진출 기업에 주어지던 조세감면을 줄이는 대신 유턴기업에 인센티브를 확대했다. 올 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국내 복귀 기업에 이전 비용 20%를 현금으로 사전 지원하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원액은 기업이 국내 복귀 시 향후 5년간 받게 될 법인세 감면액이다.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국내로 복귀하면 지출한 설비투자 세제혜택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다.

대만은 이미 2006년 유턴 투자 유치 강화조치를 수립했다. 2009년 유턴 투자 배증 금의환향 계획을 시행했다. 유턴 투자 기업에 저리로 융자해주고, R&D를 지원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최근 중국 내 투자 환경 악화와 양안 개방 확대로 유턴 투자가 가속화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해외직접투자(FDI) 순유출이 증가하면서 경제 성장잠재력이 3%대로 낮아졌다”면서 “유럽 재정위기로 글로벌 투자가 위축된 국내 기업의 유턴 투자는 `가뭄에 단비`와 같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