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0억원대 인수합병(M&A) 펀드를 결성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한다. M&A 부티크(투자자문사·에이전트)를 정책 사업에 끌어들인 데 이은 정부 주도의 두 번째 M&A 활성화 카드다. 부티크가 M&A 정보 교류 등 간접 효과가 기대되는데 반해 M&A펀드는 사실상 정부가 직접 자본을 투자해 정책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청과 한국벤처투자는 최소 305억원 규모로 `중소벤처기업 M&A매칭펀드`를 결성하는데 합의했다. 펀드는 한국벤처투자가 운영하며 모태펀드에서 300억원, 한국벤처투자가 나머지를 출자하는 구조다. 모태펀드 운영기관인 한국벤처투자가 펀드를 직접 운영하는 것은 엔젤투자매칭펀드에 이어 두 번째다. 두 펀드는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어 민간 벤처캐피털이 아닌 공기관인 한국벤처투자가 운영한다.
한국벤처투자는 펀드로 벤처·스타트업기업을 인수하는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한다. 투자규모는 1대1을 원칙으로 최대 50억원이다. 예컨대 A벤처기업이 B스타트업을 50억원에 인수시, A사는 25억원을 내고 나머지 25억원을 펀드에서 투자하는 구조다.
펀드는 정부가 기업 인수에 나서는 벤처를 챙기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병권 중기청 벤처투자과장은 “인수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마련도 문제지만 인수 실패에 따른 리스크(위험) 부담이 크다”며 “정부가 위험을 일정 부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기획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업계에서 요구하는 M&A 세제지원 방안 검토도 착수했다. 벤처캐피털업계는 M&A 손금인정을 요구해 왔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기업이 연구개발(R&D)에 대해 세제혜택을 주듯이 기업 인수도 일종의 R&D로 보고 세제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피인수 기업이 보유한 특허권에만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스타트업 창업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중간회수시장으로 M&A 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스타트업에 투자한 엔젤(개인투자자)과 벤처캐피털이 자금을 제때 회수(Exit)해야 새로운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어서다. 코스닥 상장에만 14년 넘게 소요되는 상황에서 중간회수시장이 없으면 자금경색으로 이어지고 이는 스타트업 투자 관심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재와 같은 중간회수 시장 부재 상황이 지속되면,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다. 스타트업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창업 부재뿐만 아니라 연쇄 도산 가능성도 있다. 올해 설립한 모 스타트업 창업가(28세)는 “코스닥 상장 때까지는 너무 오래 걸려 버틸 자신이 없다”며 “어느 규모로 회사를 성장해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재창업해 상장을 목표로 사업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국내 M&A 시장은 대부분 대기업 위주로 이뤄진다. 지난해 경우 총 543건 심사가 진행됐고 M&A규모는 140조2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전년에 비해 심사건수는 8.8% 늘었고, M&A건수는 34.8% 줄어든 수치다.
【표】최근 5년간 M&A 심사건수 및 거래규모 추이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