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의 한 아파트에 사는 신 모씨는 주말 부부로 혼자 생활한다. 지난 1월 전기요금이 과다하게 나온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20개월 동안 전기요금 492만원(월평균 25만원)을 자동 납부했다. 계량기 제조사에 이의를 제기해 계량기를 교체했다. 3·4월 요금이 각각 2만7000원, 3만원이 나왔다. 신씨는 계량기 제조사와 환불을 협의 중이다.
흔히 `두꺼비집`으로도 불리는 기계식계량기를 디지털화한 전자식계량기의 오작동에 소비자 불만이 고조됐다.
22일 전자식계량기 사용자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자식계량기 불량으로 과금 오류를 일으켜 실제 사용량보다 전기요금을 더 내는 사례가 발생했다.
인천에 사는 박 모씨도 최근 이해할 수 없는 전기·가스 요금청구서를 받았다. 아파트 가정 내 설치한 검침기와 현관 복도 통합검침기(전기·가스·수도)의 사용량이 다르게 나왔는데 더 많이 나온 통합검침기에 따라 요금이 부과됐기 때문이다. 해당 관리사무소는 가정 내 가스 검침기와 복도 통합검침기 간 통신상 문제로 과금 오류가 발생했다고 봤다. 관리소 직원은 “분기별로 4~5차례 불량 사고가 발생했으며 인근 단지는 과금 사고 때문에 통합검침기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국내 저압(가정용) 전자식계량기 사용 역사가 짧아 특정업체를 불문하고 계량기 불량으로 과금이 잘못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며 “전자식계량기가 원격 검침이다 보니 계량기 자체보다 통신상 발생하는 문제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전이 접수한 민원은 월평균 30건이 넘는다. 일반적으로 계량기 불량 민원은 아파트 관리소에 제기하기 때문에 실제 민원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게 업계 추정이다.
규정상 1% 이상 과금 오차가 발생하면 이 전자식계량기는 불량이다. 판매·유통을 제한한다. 이들 제품은 국내 시장점유율 80% 이상인 옴니시스템의 전자식계량기다. 오차율이 1%를 웃돌았다. 옴니시스템 고위 관계자는 “과거 아날로그에서 전자식으로 변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술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생길 수 있다”며 “대기업이 만든 휴대폰도 고장 나듯 매년 30만~40만개 계량기를 만들다 보면 극히 일부 불량인 제품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오류 원인은 통신상 결함도 있지만 사용자 부주의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기 사용 누진율에 따른 과금 방식이나 가전제품 불량으로 일정량 이상의 고주파가 발생해 전기소모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등 계량기와 상관없는 민원도 많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계량기 형식승인 검사 과정에서 통신기능 항목이 없어 제품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국내 모든 계량기는 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형식승인을 받은 후 사용한다. 형식승인은 계량기 측정값의 오차범위, 전선 내 노이즈나 서지(과전압·과전류)에 따른 검침률, 충격·진동 등의 항목이 있다. 통신 항목은 없다. 전자식계량기는 에너지 사용량 검침 후 원격 데이터를 가져오기 때문에 통신 기능이 핵심이다. 김영대 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은 “통신항목이 없는 건 특정 통신방식과 프로토콜만을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율 통신에 맡겼기 때문”이라며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과 제도 마련 논의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월별 전자식계량기 민원건수
자료: 한국전력공사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